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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주 칼럼] 증오의 시대

by admin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우리는, 인류의 공존이 얼마나 쉽게 금이 갈 수 있는 허상인지, 부와 힘의 편중을 가리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생존의 위협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지를 목도하고 있다.



‘시온장로들의 프로토콜’. 유대인 관련 음모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다. 1897년 세계지배 야욕을 실현하기 위해 모인 유대인 지도자 14인의 비밀 의결문 형식을 취한 이 문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악명높은 최악의 위조문서로 꼽힌다.

1940년 즈음 프랑스어로 번역된 ‘시온장로들의 프로토콜’ 표지는 유대인이 두 손으로 움켜진 지구에서 피가 흐르고, 그 밑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형상을 하고 있을 정도로 끔찍하다.

유대인을 겨냥한 가짜 매체의 파급력은 강력했다. 1900년대 초반 전세계에 반유대주의를 급속도로 확산시킨 ‘시온장로들의 프로토콜’은 결국 인류 역사에 피 바람을 가져왔다. 유럽과 미국 내 유대인 혐오는 도를 넘는 수준까지 확산됐고, 홀로코스트 등 유대인 대량학살을 낳는 비극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인류 역사는 매순간 ‘다름’에 대한 편협한 사고를 드러냈다. 신대륙을 발견한 문명유럽의 항해가 인디언 대량학살로 이어질 때 교황청은 ‘인디언들에게 영혼이 있는가’라는 학살을 정당화했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은 히틀러 한 사람만의 범죄가 아닌 독일 사회 전체가 동조한 인종차별주의였으며, 평화와 자유의 상징 미국은 태생부터 ‘인디언 학살’과 ‘흑인노예제도’라는 인종주의가 깊게 뿌리 박힌 나라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류는 진화하고 쇄신했다. 종교, 이데올로기, 피부색 등을 이유로 전쟁을 벌이고 침략과 멸시의 날을 세웠던 이들이 고도의 과학혁명을 거치며 ‘인류’라는 공통분모 아래 공존의 질서 아래 통합해 갔다.

그러나 ‘세계화’라는 문명시대는 작은 바이러스 하나로 균열이 생겼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우리는, 인류의 공존이 얼마나 쉽게 금이 갈 수 있는 허상인지, 부와 힘의 편중을 가리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생존의 위협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지를 목도하고 있다.

인류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인류가 가야 할 길을 찾는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 19 발생 이후 한 인터뷰에서 “팬데믹 시대의 최대 위험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증오와 탐욕, 무지”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적중했다.

지난 16일(화), 20대 백인 청년이 1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에 3곳의 동양인 업소를 돌며 총기를 난사했다. 연쇄총격으로 한인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의 한 인터넷 매체는 범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중국의 우한 연구소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렸다” “우한 바이러스가 미국인 50만명을 죽였다”는 글을 적었다고 보도했다.

바이러스 시대에 편협한 사고의 극치인 증오가, 잘못된 정보로 인한 무지가, 탐욕스런 인종우월주의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슬픈 사례다.

3,795건. 아시아-태평양계 민족이 2020년 3월 19일부터 2021년 2월 28일까지 1년간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과 증오범죄를 당한 숫자다. 하루 10건 이상의 아시안 증오범죄가 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나는 증오한다. 고로 존재한다.”
‘시온장로들의 프로토콜’를 소재로 한 소설 <프라하의 묘지>는 가짜 매체를 만든 이들의 내면을 이렇게 표현한다.

어쩌면 우리는 존재의 이유가 증오인 사람들과 같은 공간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곱씹을수록 공포가 엄습하는 말이다.

 


최윤주 발행인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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