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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주 칼럼] 갑옷을 벗다

by admin

170센티미터 남짓한 키의 ‘리틀맨’ 해리 트루먼. 그는 미국의 33번째 대통령이다.

작은 키와는 달리 역사에 남긴 그의 업적은 ‘대범’ 그 자체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투하를 결정해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전쟁이라 일컫는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켰다.

미국의 한국전쟁 참전을 결정한 이도 그다. 한국전쟁이 한창일 당시 전쟁영웅이자 군정 최고책임자인 맥아더를 해임한 것도 역시 그다.

“the BUCK STOPS here.”
트루먼 대통령이 집무 당시 자신의 책상에 놓아뒀던 나무명패에 새겨진 문구다.

이 말은 포커게임에서 유래한다. 카드놀이에서 buck은 패를 돌릴 순서를 의미한다. 19세기 포커판에서 패를 돌릴 사람 앞에 숫사슴 뿔(buck)을 놓아둔 데서 유래를 찾는다.
자기 순서에서 패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때 쓰는 “passing the buck”은 현대사회에서 ‘책임 전가’를 뜻한다.

반대로 트루먼 대통령을 상징하는 “The buck stops here”은 모든 책임이 여기에 있다, 즉 모든 책임을 내가 진다는 묵직한 의미로 쓰인다. 트루먼 대통령을 세기적 결단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리틀 빅맨(작은 거인)’으로 만든 마법 같은 주문인 셈이다.

“장수는 갑옷을 입을 때 자신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갑옷을 벗을 때 자랑하는 법이다.”

구약 성경 속 이스라엘 왕이 했던 말이다. 유석찬 회장은 달라스 한인회장 취임 후 첫 공식자리였던 2016년 시무식에서 이 말을 인용했다.
이후 2017년 시무식, 같은 해 연말 이사회 등에서도 “갑옷을 벗을 때 큰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말 것”을 본인 스스로와 임원진에게 지속적으로 상기했다.

구약성경 속 대표적인 리더인 다윗은 전장에서 사울왕이 주는 갑옷을 스스로 벗어 던지기도 했다.

자리를 얻는 것보다 떠나는 것이 더 어렵다. 갑옷을 입는 것보다 벗을 때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갑옷은 완장이 아니라, 무거운 책임이기 때문이다.

유석찬 회장이 갑옷을 벗었다. 지난 28일(수) 열린 2018 달라스 이사회에서 사임서를 제출했다. 임기완료를 1년 앞둔 시점에 낸 조기 사퇴였다.

자신의 순서에 패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으니 엄밀히 말하면 “passing the buck”이다. 그러나 이사회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참석한 모든 임원 이사진이 유석찬 회장에게 마음을 다한 박수를 쏟아냈다.

곳곳에서 눈물이 터지기도 했다. 지난 3년간 “The buck stops here”의 리더십으로 한인사회 성장발전을 위해 전력질주한 헌신에 대한 눈물의 화답이었다.

이날 유석찬 회장은 임원 이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함께 한 하루 하루가 배움이었습니다. 함께 한 모든 시간이 기쁨이었습니다.”

자랑은 갑옷을 입을 때도, 벗을 때도, 스스로 하지 않는 것임을 입증했다.

헌신을 배움으로, 봉사를 기쁨으로 승화시키며 조심스레 내려놓은 그의 갑옷에 달라스 한인사회가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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