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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주 칼럼] 1월의 신 ‘야누스’

by admin

[발행인 칼럼]

옛날 로마인들은 자기들에게 들어온 문물을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지니고 있었다.
창조적인 모방에 ‘신화’라고 예외일리 없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주요 신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주요 신들은 그리스 신화의 그것과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이나 성격, 역할 등은 별반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다.
제우스는 주노, 아프로디테는 비너스, 아레스는 마르스, 아테네는 미네르바, 이런 식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것 말고 로마인들에게만 등장하는 그들만의 주인공은 없는 걸까.
물론 있다. 그리스 신화에는 없고 로마신화에만 있는 신은 총 30여명이라고 하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신은 ‘야누스’다.

우리는 이 이름을 앞에서는 생글생글 웃고 뒤에 가서는 뒤통수를 치는 이중성격의 ‘위선자’들을 고급스럽게 빗대어 얘기한다. ‘야누스의 두 얼굴’이라는 언어에는 앞뒤가 다르고 표리부동하며 안과 겉이 다른 가증스런 사람이라는 뉘앙스가 잔뜩 묻어있다.

그러나 로마의 신 ‘야누스’는 비록 두 얼굴을 지녔지만 위선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성스럽고 존경받는 신이어서 전쟁에 나가는 군인들은 야누스의 문을 통과하며 행운을 기원했고, 일상생활에서 기도할 때 신들 중에서 야누스신의 이름을 가장 먼저 부르곤 했다 한다.

생전에 큰 존경을 받다 죽은 후 신으로 모셔진 야누스는 사망 후에도 외족의 침략으로부터 로마를 구하기 위해 온천수를 분출시켜 공격자를 막아냈다.
로마인들은 이 기적에 감사하며 야누스 신전에 문을 세웠다. 이 문이 열리면 ‘신이여 나와서 도와주소서’의 의미이고, 이 문이 닫히면 ‘로마가 평화로우니 편히 쉬소서’의 뜻이다.
들어가는 방향과 나오는 방향에 각기 다른 얼굴을 두어 야누스의 얼굴을 보며 전쟁에서는 행운을, 일상에서는 평안을 기원했다.

로마인들에게 야누스는 수호신 이상의 존재였다. ‘시작이 좋으면 한 해동안 일이 잘 풀리리라’는 의미에서 한 해를 시작하는 달을 야누아리우스(Januarius)라 이름짓고 상서로운 달로 여길 정도였다.
1월을 뜻하는 영어 January는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그러나 18세기 영국의 한 작가가 자신의 책에 ‘한쪽 얼굴로는 미소를 억지로 짓고, 다른 쪽 얼굴로는 노여움을 드러내는 야누스 얼굴’이라는 표현을 적어놓으면서 야누스의 이중성은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성스러웠던 야누스 신으로서는 지금의 ‘가증스런’ 야누스의 해석이 억울할 수밖에 없을 듯 하다.
한 해를 시작하며 자신의 이름을 빌어 행운을 기원했을 정도로 추앙받던 자신을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파렴치한’으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씁쓸한 이야기가 될 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인생의 또 다른 단면일런지도 모른다.
시작은 성스러웠어도 어찌 어찌 흘러가면 그 끝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져버린 우리네 인생도 야누스의 서글픔과 별반 다를게 없다.

1월이다. 신화 속 1월의 신 야누스를 제자리로 돌려보내야 할 계절이다.
본디의 뜻, 처음의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지 않는다면 언제 어느때 성스러운 시작의 신이 가증스런 야누스의 두 얼굴로 또 다시 왜곡될런지 모른다.

최윤주 발행인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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