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화된 피비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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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주/ 텍사스 한국일보 발행인

1492년 콜럼부스의 배가 카리브 해안에 닿은 것은 역사적인 실수였다. 이 실수를 미국 역사는 ‘위대한 신대륙의 발견’이라 부른다.
광활한 대지 위에서 목가적인 평온함을 영위했던 원주민들에게 탐욕 가득한 유럽인들의 침입은 재앙이었다. 평화롭던 원주민들의 땅에 피의 역사가 시작된 건 이 때부터다.

인디언 추장을 꼬드겨 유리구슬·낚시바늘 등 24달러 어치의 잡동사니로 지금의 맨하탄을 빼앗은 건 애교다.
처녀림같던 산천이 피로 물들었다. ‘가장 아름다운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이다’는 끔찍한 언어가 입증하듯, 무차별 학살이 수백년간 자행됐다.

1,000만명을 넘었던 아메리카 원주민은 19세기말 30만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잔혹한 인디언 소멸전쟁의 결과였다.

침략과 학살, 정복과 착취를 빗겨간 역사는 없다. 세계사는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인간이 저지른 잔혹함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의 연속성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산 사람의 목을 자르고 태워 죽이고 물에 넣어 죽이는 이슬람국가(IS), 어린 소녀를 납치해 성노리개로 삼는 보코하람, 아이의 몸에 폭탄을 달아 자살폭탄으로 이용하는 알카에다가 대표적인 예다.

종교에 눈이 멀고 이념에 이성을 잃은 일부 사람들의 광기라고 치부하기엔 2019년 해가 뜨자마자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테러가 수상쩍다.

2019년 해가 뜨자마자 미국이 극단주의 테러 혐의자를 18년간 추적해 사살하더니, 15일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알샤바브의 테러로 아프리카 케냐에서 21명이 사망했고, 16일에는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의 자폭테러로 시리아에서 최소 10명의 사람들이 숨졌다.
급기야 17일에는 콜롬비아 경찰사관학교에 차량폭탄 공격이 발생해 8명이 사망했다.

전쟁이 빚어낸 참상은 지워지지 않는 독한 피비린내를 인간에게 안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쟁을 싫어한다.

아니다. 사람들은 전쟁을 좋아한다. 무궁무진한 컴퓨터 게임이 있지만 전쟁을 소재로 한 게임만큼 인기있는 것은 없다.
컴퓨터를 몰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스타크래프트나 포트리스, 삼국지 등은 모두 전쟁을 모방한 컴퓨터 게임이다.

급증하는 테러리스트,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테러사건 속에 무고한 이들의 영혼을 제물로 삼은 전쟁이 일상화되고 있다.

어느덧 우리는 피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쥐어짜면 피가 뚝뚝 떨어진다는 역사책의 현재 진행형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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