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데스크 칼럼 [최윤주 칼럼] 하얀 늑대와 회색 늑대

[최윤주 칼럼] 하얀 늑대와 회색 늑대

by admin


우리 마음 속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살고 있다. 하얀 늑대는 선이고, 회색 늑대는 악이다. 이 둘은 끊임없이 싸움을 벌인다.
하얀 늑대가 이기면 마음은 온유·기쁨·진실·희망·사랑으로 평화로워진다. 그러나 회색 늑대가 이기면 분노·질투·탐욕·거만·거짓으로 피폐해진다.

사람의 마음 속에 선과 악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쉽게 풀어놓은 지혜로운 이 이야기는 북미 원주민인 체로키 인디언 부족의 우화다.

삶이란 누구에게나 갈등의 연속이다. 선택과 유혹의 연속성 위에 놓인 인간의 삶 속에서 마음 속 하얀 늑대와 회색 늑대가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어릴 때부터였다. 우리가 편가르기를 한 건. 동네 어귀에서 친구들과 비서치기, 말뚝박기, 공기놀이를 할 때도 편을 나눴다. 만국기 휘날리며 학교 운동회할 때도 청군과 백으로 편을 나눠 겨뤘다.
아무리 친했던 친구도 편이 갈리면 절대 봐주는 법이 없었다. 반면 평소 친하지 않았던 친구라도 같은 편이 되면 강한 연대감이 느껴졌다.

편 나누기에는 묘한 힘이 있다. 같은 편이 되면 대동단결을 외치는 단단한 결속력이 생긴다. 반대로 다른 편이 되면 승부욕이 끓어오르며 이겨야 하는 적으로 돌변한다.

선을 그려 그 안에 들어가면 한 편이 된다. 선 밖에 있으면 반대편이다. 선 밖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은 왜, 언제, 무엇때문에 생긴 지도 모른 채 서서히 미움으로 고착화된다.

갑과 을, 정규직과 비정규직, 보수와 진보, 주류와 비주류 등 사회 곳곳에 편가르기가 팽배하다. 내 편이 아니면 적으로 낙인찍는 극단적인 이분법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편가르기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대중의 확증 편향과 결합하면서 더 큰 힘을 얻는다. 분열과 대립을 부추키는 가짜뉴스는 페이스북이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이미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다.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듯 편을 나누는 분열 또한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일 수 있다.

그러나 사실과 진실에 근거하지 않는 편가르기는 사회를 황폐화시키고 인간 관계를 무너뜨린다. 왜 편이 갈라졌는지, 누가 편을 나눴는지는 보려 하지 않고 선 밖에 있는 사람을 상대로 극렬하게 싸울 뿐이다.

우화 속에서 어린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하얀 늑대와 회색 늑대가 싸우면 어떤 늑대가 이겨요?”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네가 먹이를 더 많이 주는 늑대가 이긴단다.”

끝없이 대결하는 하얀 늑대와 회색 늑대의 싸움 속에 우리는 누구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최윤주 발행인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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