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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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의 ‘교(僑)’는 ‘잠시 머물러 살다’ 혹은 ‘더부살이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남의 나라에 더부살이로 빌붙어 사는 떠돌이’ 쯤으로 표현하는

‘교포’ ‘교민’ 등의 단어는 해외 동포들의 비위를 거스를 수밖에 없다.


‘수미네 반찬’이 인기다. 외식문화가 팽배한 한국민의 밥상에 어머니의 입맛과 한국의 반찬문화를 전수한다는 취지의 이 프로그램은 영화배우 김수미 씨의 손맛이 더해지면서 한국 뿐 아니라 해외 한인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수미네 반찬’이 ‘엄마 손 맛’을 전해주기 위해 괌을 방문한 모양이다. 전파를 탄 지 하루만에 감동적인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뉴스마다 등장하는 ‘교민’ 혹은 ‘교포’라는 단어다. 기사 뿐 아니다. 실제 방송에서도 출연자들은 쉴새없이 이 단어들을 입에 담는다.

한국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지난 1년간 교포 혹은 교민으로 작성된 기사는 총 3만 3,825건이다.
‘재미교포’로 쓰여진 기사는 총 7만 556건이지만, ‘재미동포’로 쓰여진 기사는 절반도 안되는 3만 485건에 불과하다.

해외 동포사회를 교민이나 교포로 쓰기 시작한 건 대한민국 정부조직 명칭과 맥을 같이 한다. 1948년 제정된 정부조직법에서 교민이라는 말이 시작된 이래 1974년 영사교민국, 1992년 재외국민 영사국, 2005년 재외동포 영사국으로 바뀐 기관변천 흐름이 이를 반증한다.

교민과 교포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건 단어가 지닌 뜻 때문이다. 한자어인 ‘교(僑)’는 ‘잠시 머물러 살다’ 혹은 ‘더부살이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지구촌 곳곳에서 당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전 세계에서 떳떳하게 살고 있는 한인들을 ‘남의 나라에 더부살이로 빌붙어 사는 떠돌이’ 쯤으로 표현하는 ‘교포’ ‘교민’ 등의 단어는 해외 동포들의 비위를 거스를 수밖에 없었다.

해외 거주 한인들에 대한 용어정의는 1990년대 중반에 끝나는 듯 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한국국적의 소유를 기준으로 재외국민과 외국국적 동포로 분류하고 국적에 상관없이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동포’로 부르자고 정부 차원의 호칭정리를 확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다시 용어가 혼돈되고 복잡해지면서 한국사회 속에 ‘교포’ ‘교민’이라는 말이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이민열풍과 더불어 한국에서 유입되는 초기 이민자가 많아지면서 동포사회에도 한동안 사라졌던 ‘교포’ ‘교민’이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국어사전은 동포를 ‘같은 나라 또는 같은 민족의 사람을 다정하게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한다. ‘동포’라는 좋은 말 놔두고 굳이 남의 땅에 빌붙어 산다는 단어를 쓰는 건, 해외 동포들의 자존감을 낮추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단어는, 단어가 담고 있는 의미는, 상상하는 것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750만 재외동포는 거주국에 빌붙어 사는 게 아니다. 한민족의 저력을 과시하며 전 세계를개척해나가는 대한민국의 보이지 않는 국력이다. 제발 더 이상 교포(僑胞)라 부르지 말자.


최윤주·텍사스 한국일보 발행인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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