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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승화된 이민자의 시선 … 낯설지만 친숙한 ‘공감’

by admin

○ 박혜자 작가 첫 소설집 발간 <마이 마더스 다이어리>


이민생활의 아픔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른다. 새벽에 일어나 도넛을 굽고, 가시같은 바늘을 벗삼아 바느질을 하고, 해지는 줄 모르고 진열할 박스를 뜯는다.

이민의 풍경은 날마다 봐도 낯설다. 도넛을 굽다가 바라보는 창밖이 낯설고, 매일 찔리는 바늘에 또 찔려도 생소하다. 아메리칸 드림은 그렇게 가까이 갈수록 신기루 같다.

낯선 이민자의 삶을 그린 박혜자 씨의 소설이 친숙한 이유는 우리 자신이 이민자이기 때문이다.

흥미롭지만 아름답고, 친숙하지만 가슴아픈 9편의 작품은 끊임없이 이민자의 심장을 두드린다. 9편의 단편들은 저마다 독자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마이 마더스 다이어리>는 미국 요양원의 실태를 고발한 자전적 소설이다. 요양원에서 말년을 보내는 화자의 어머니를 통해 이민 1세대가 겪는 노후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서머필드>는 주인공 선희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이 주는 현실과의 괴리감을 그려냈고, <다시, 아메리칸 드림>은 음주운전으로 추방되는 위기의 이민자 가정을 소재로 삼았으며, <언덕위의 집>은 미국의 아킬레스 건인 총기문제가 등장한다.

저자인 박혜자 작가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쟌의 노래>다. 혼혈아와 입양아 문제가 공감의 문을 두드린다.


‘시산맥’이 출간한 박혜자 작가의 <마이 마더스 다이어리>는 ‘이민의 풍경을 그린 소설집’이다. 간호사 생활을 하던 한국생활을 접고 1988년 가족이민으로 미국생활을 시작한 박혜자 작가가 생전 처음 세상에 내놓은 자식같은 작품이다.

제목만 들어도 흥미를 유발하는 9편의 소설들은 이민자의 소설 쓰기가 일반적인 소설 소재와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확연하게 보여준다.

감성을 자극하는 박혜자 작가 특유의 필력은 다소 어렵고 민감할 수 있는 사회적 소재를 공감의 장으로 견인해낸다. 이민생활의 명암을 다루다 보니 작품 전체에 비극적 요소가 깔려 있지만, 어둡지 않고 지적인 낭만으로 써내려가는 작가의 예리한 글솜씨가 가독력을 배가시킨다.

달라스 문인인 최정임 작가는 책에 실린 북리뷰에서 “원고 분량이 적절하여 지루하지 않고, 소설의 종결은 독자의 상상으로 남겨 두어 동양화 같은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다”면서 “지적감각과 존재의 의미, 실체와 허구가 잘 조화된 좋은 소설”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산맥사 대표인 문정영 시인은 “이국의 하늘에서 비에 젖은 밑바닥을 살아가는 존재들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 본 소설에서 한편으로는 통증을 바라본 따뜻한 시선이 느껴질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치밀하게 짜인 스토리의 전개를 독자가 마음껏 나누어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서평했다.

박혜자 작가에게 <마이 마더스 다이어리>는 삶을 밝히는 횃불이고, 사라지는 기억을 붙잡는 기록이다.

“타국에서 모국어는 언어이기 전에 나의 정체성을 밝히는 횃불같은 존재”라고 밝힌 박 작가는 “그 언어로 내가 사는 이곳, 디아스포라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이방인들의 삶이지만 바람 속의 먼지처럼 되고 싶지 않아서 썼다”고 강조했다.

2009년 재외동포 문학상으로 등단한 박혜자 작가는 △미주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2010) △미주한국일보 문예공모전 시부문 입상(2016)을 한 바 있다.

타향을 살아가는 모든 이민자들의 이야기인 <마이 마더스 다이어리>는 캐롤튼에 소재한 북나라 서점에서 20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며, △교보문고 △YES24 △알라딘 US 등 인터넷 서점에서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다.

최윤주 기자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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