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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주 칼럼] 오보와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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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주 대표 _ 텍사스 한국일보


불과 6년전이다. 2013년 8월 29일 조선일보는 『김정은 옛 애인등 10여명, 음란물 찍어 총살돼』라는 기사를 실어 국내외를 발칵 뒤집었다. 안용현 베이징 특파원 이름으로 작성된 기사는 김정은의 옛 애인이 “현송월”이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소식통’으로 써내려간 기사는 이후로 4번이나 더 보도됐다. 잔혹함과 자극성 짙은 언어가 난무한 기사는 아직도 조선일보 웹사이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죽었다는 사람이 남북교류의 전령이 되어 나타난 건 지난해 1월이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예술단 파견을 논의하기 위해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직접 판문점을 찾은 것. 현 단장이 김정은의 옛애인이라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라는 게 정설이다.

불과 6년밖에 안 지났다. 2019년 5월 31일 조선일보가 『김영철은 노역刑, 김혁철은 총살』이라는 기사를 내놓아 또다시 국내외를 발칵 뒤집었다.

이번에도 ‘북한 소식통’의 전언으로 작성된 기사는 하노이 미북 회담 결렬의 책임을 물어 실무자였던 김혁철 특별대표는 처형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강제노역을, 김성혜 통일책략실장과 통역사 신혜영은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당했다는 내용이다. ‘그림자 수행’으로 잘 알려진 김여정 부부장도 근신중이라고 적었다.

사실이라면, 회담 결렬 이후 가뜩이나 고착국면에 놓인 북미관계에 핵폭탄급 충격을 전하는 내용이었다.

진위가 밝혀지는데는 3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강제노역중이라는 김영철 부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나타나 건재를 드러냈고, 근신중이라는 김여정 부부장 또한 김정은 위원장과 나란히 모습을 나타냈다. 처형당했다는 김혁철 또한 CNN 보도에 의하면 살아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사가 어떤 사실을 보도할 때 팩트에서 벗어나 사실관계가 틀린 기사를 ‘오보’라고 부른다.
오보는 ‘가짜뉴스’와 엄격히 구분된다. 보통 오보는 실수에 기인한 기사지만, 가짜뉴스는 거짓을 기사형식을 빌어 만들어낸 조작된 언어일 뿐이다.

문제는 가짜 뉴스와 오보, 뉴스와 허위정보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가짜 뉴스가 아니라고 다 진짜 뉴스는 아니다. 의도적인 허위보도, 악의적인 오보, 사실을 섞어 만든 거짓정보, 사실 확인이 충분치 않은 정통 언론의 오보 등 얽히고 설킨정보들이 탈진실의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다.

무거운 책임은 ‘언론’의 소임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져야 한다. 의도했든, 게을렀든, 시간에 쫓겨 불가피했든, 사실 확인이 불충분한 뉴스는 가짜뉴스다. 활자화 됐다고 다 신문이 아니듯 기사형식을 띄었다고 다 기사는 아니다.

팩트를 다루는 언론에서까지 가짜가 판치는 세상, ‘진짜 기사’를 독자 앞에 내놓기 위한 언론의 자성과 바른 태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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