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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주 칼럼] 막말의 악순환

by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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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한국인은 해학과 풍자의 민족이다. 대표적인 문화가 탈춤이다.

계급질서가 지배하던 시절, 양반네들의 허위와 가식을 ‘돌려까기’의 진수인 ‘풍자’로, 민초들의 아픔과 설움을 ‘뒤집기’의 진수인 ‘해학’으로 풀어낸 게 탈춤이다. 마당놀이 탈춤은 서민들의 애환을 날려버린 분출구에 다름없었다.

우리 민족의 풍자와 해학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표적인 게 촛불집회다. 2016년 겨울, 국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전국민의 분노가 촛불로 승화됐던 그 때, 민초들의 좌절과 분노는 풍자와 해학의 옷을 입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중한 국민들의 요구가 적힌 플랜카드와 피켓에는 재기넘치는 언어들이 넘쳐났고, 시위는 토론과 음악과 떼창이 어우러진 공연장이었다. 풍자와 해학이 살아있는 현대판 마당놀이에 진배없었다.

풍자와 해학은 거침없는 입담으로 부당한 권위를 우스갯거리로 만들고, 익살스런 말솜씨로 부정한 권력에 날카로운 비수를 꽂는다. 삐딱하지만 속시원한 풍자와 해학은 분노를 저항으로, 울음을 웃음으로 만드는 묘미가 있다. 질펀한 욕을 들으면서 호탕한 웃음이 난다. 진정한 욕은 풍자이고 해학이다.

권력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서민들의 품격있는 언어가 ‘풍자’라면, 국민을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권력자들의 저급한 언어가 ‘막말’이다. 선조들의 사회비판은 욕조차 흥으로 풀어냈건만, 이들의 막말은 듣기만 해도 욕을 부른다.

“5ㆍ18 유공자 괴물집단이 세금을 축내고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아픈 상처인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한 발언이다.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 꽃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가슴에 짐승의 언어로 못을 박은 이는 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이다.

“청와대로 진격할 때 60세 이상 사모님들이 먼저 치고 나가 먼저 순교하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내자며 막말을 쏟아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광훈 목사의 내란선동 발언이다.

날카로운 칼날보다 더 흉물스런 언어가 날아다닌다. 이들의 언어 어디에도 풍자와 해학은 찾아 볼 수 없다.
도를 넘는 막말은 말이 아니라 칼이다. 말이 칼이 되면 흉기가 되고 폭력이 된다. 우리시대에 팽배한 막말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이유다.

“입을 다물고 바보로 취급받는 것이, 입을 열어서 진짜 바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 낫다.” 에이브라함 링컨의 명언이다.

품격있는 풍자는 꿈도 꾸지 않는다. 제대로 된 비판 또한 기대하지 않는다.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책임지지 못할 거면 차라리 입을 다물어 ‘진짜 바보’ 소리라도 듣지 않는 게 현명하다.

텍사스 한국일보 대표 | 최윤주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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