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까칠함

by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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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번복’은 없다던 코리안 페스티벌 미개최가 결국 ‘번복’으로 제자리를 찾았다. 잃어버릴 뻔한 자식을 되찾아온 듯한 반가움과 안도감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이유있는’ 까칠함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 수년간 달라스 한인회가 수행해온 사업 중 대내외적으로 상징적 역할을 해온 양대사업은 단연코 ‘코리안 페스티벌’과 ‘(텍사스 레인저스) 코리안 헤르티지 나잇’이다.

두 사업은 모두 한인사회 위상 증진의 초석을 만들기 위해 안영호(32·33대) 전임회장과 유석찬(34·35대) 직전회장이 개인 사비를 들이면서까지 심혈을 기울여 다져 놓은 공익사업이다.

그러나 2019년 사업 및 예산 인준이 진행된 1월 4일(금) 이사회에서 현 한인회는 올 한해 사업계획안에 ‘코리안 페스티벌’과 ‘코리안 헤르티지 나잇’ 자체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역대 한인회장들이 공들여 다져놓은 ‘코리안 페스티벌’과 ‘코리안 헤르티지 나잇’이 ‘집 잃은 아이 신세’가 될 복선은 이 때부터 예기됐는지도 모른다.

지난 5월 6일, 달라스 한인회는 임원회의를 통해 ‘코리안 페스티벌’과 ‘코리안 헤르티지 나잇’ 미개최를 결의했다.

그로부터 2주 후인 5월 21일, 한인회 임원진은 기자회견을 열어 임원회의 결과 및 경과를 설명, 두 사업의 미개최를 공식화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전체 한인사회와 협력하여 치르는 공식행사인 만큼 행사를 취소하기 전에 이사진 혹은 한인 단체장과 협의 절차를 가졌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인회 관계자는 “그냥 넘어갑시다”라고 답했다. 한인회 주요행사의 예산과 결산을 심의하는 이사회 절차도, 한인단체장과의 협의과정도 없었다는 의미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다. 현재 한 언론매체가 코리안 헤르티지 나잇을 주관한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간에, 역대 회장들의 노력으로 세워진 달라스 한인회 공식사업이 이사회 결의도 없이, 협력관계였던 지역 단체와의 협의도 없이, 민간회사로 넘어갔다는 사실이 주는 무게감은 절대 가볍지 않다.

현 달라스 한인회의 실책으로 한 회사의 이벤트 사업이 되어버린 코리안 헤르티지 나잇은 한인커뮤니티가 힘모아 치르는 공익증진 사업의 명분을 잃고 말았다. 역대 한인회장들이 공들여 쌓아 올린 한인회 공익사업의 역사가 일순간에 무너진 셈이다.

다행히 코리안 페스티벌은 제자리를 찾았다.
그나마 절차를 갖춰 이사회(8일) 논의가 이뤄지는가 싶었지만, 이날 회의에서 ‘코리안 페스티벌 회생’과 관련한 안건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6월 말 임원회의에서 결정됐기 때문에 안건 상정을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지만, 코리안 페스티벌을 다시 하게 된 경위나 상황설명없이 이사회가 진행되자 회의는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한참을 표류하는 모양새였다.

달라스 한인회는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기구다. 섣부른 말 한마디, 심사숙고하지 않은 행동 하나, 무책임한 결정 하나에 한인 이민역사가 뒤바뀌고 공익사업의 연계가 끊어진다. 코리안 헤르티지 나잇과 코리안 페스티벌을 둘러싸고 보여준 달라스 한인회의 미숙한 대처와 섣부른 판단에 까칠한 시선을 거둘 수 없는 이유다.

최윤주 대표·편집국장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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