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와 과거사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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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영원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태평성대를 누리던 나라도, 힘이 없어 다른 나라의 속국이 됐던 나라도, 침략과 침공을 숱하게 일삼았던 나라도, ‘영원’을 장담 못한다. 인류역사는 나타났다 사라지는 왕국과 왕조를 수없이 거듭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조선이라고 영원하란 법은 없었다. 하지만 그 끝이 너무나 치욕스럽다. 참으로 ‘쪽팔린’ 역사이고, ‘더럽게’ 망한 과거다. 저급한 표현인 줄 알지만, 굳이 고급스럽게 포장할 이유가 없다.

경술년인 1910년 8월 29일, 순종황제의 칙유로 한일병합조약이 공포됐다. 519년을 이어온 조선역사가 거품처럼 사라진 망국의 날이다.

경술국치 이후 근대 한민족사는 흑암의 터널로 들어섰다. 짓밟힌 대한민국의 근대사는 종군위안부, 독도분쟁, 강제징용, 약탈한 조선문화재 반환, 역사 왜곡 등의 문제를 낳으며 여전히 풀지 못한 현대사가 되어 지금에까지 이른다.

조선의 친일파는 ‘스스로 나라를 망친’ 것도 모자라 아예 이민족에게 나라를 팔아먹었다. 이완용과 일진회의 매국행위는 러시아 레닌이 일본 군부의 비밀자금을 받은 것과 차원이 다르다. 중국 손문이 일본 흑룡회의 지원을 받은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한국의 근대사를 기술한 이덕일 역사학자는 “러시아의 레닌, 중국의 손문도 ‘악마’와 손을 잡았지만 영혼을 팔지는 않았다. 그런데 조선의 친일파는 영혼부터 팔았다”고 말했다.

치욕의 한일병합조약은 사리사욕에 눈이 먼 친일 매국노가 일본과 짜고 벌인 ‘사기사건’이다. 이를 입증하는 증거물은 순종황제가 발표했다는 칙유에 있다. 순종황제가 반포했다는 칙유에는 국가간의 조약에 찍어야 할 국새 대신 고종황제를 강제 퇴위시킨 후 일본이 빼앗아 간 어새(행정결제용 옥새)만이 찍혀 있다. 순종황제의 친필 서명 또한 없다.

결국 “모든 국권을 일본에게 넘긴다”는 순종황제의 칙유는 일본정부와 친일파에 의해 작성된 거짓조약이었고, 왕의 의전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불법조약이다.

한일합방은 국제법으로 봐도 조약이 성립되지 않는다. 때문에 한일병합조약의 불법성을 주장하는 역사학자들은 “1910년 이후 한국을 점령한 일본의 행위는 식민통치가 아니라 부당한 국권침탈이자 불법강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경술국치 109년, 일본은 한반도 야욕을 여전히 노골화하고 있다. 전범국가임을 잊은 그들의 침략근성은 지금도 변함없이 여전하다. 부당한 국권침탈과 불법강점은 109년 전에 벌어진 과거가 아니라, 지금 현 시점에도 ‘현재 진행형’이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는 일에 우리 스스로가 소홀해진다면 109년 전 경술국치와 같은 일이 또 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나라는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 한 나라의 역사는 그 나라 민중들의 혼에 달려있다. 일본의 부당한 침략역사를 바로 세우는 과거사 청산은 민족의 혼이자 역사의 근간이다. 우리의 올바른 역사의식과 실천에 우리 아이들의 혼이 담길 역사가 달려있다.

최윤주|텍사스 한국일보 대표·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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