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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주 칼럼] 달라스 3.1절 기념식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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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3.1절 기념식…호명된 29명이 ‘독립선언서’보다 중요했나

 

[발행인] 최윤주 choi@koreatimestx.com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정신에 비하면 형식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흔히 하는 말이다.

사실이다. 형식이나 의전, 예의나 겉치레에 밀려 중요한 정신과 명분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경우가 많으니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의 규모와 상관없이 크고 작은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의외로 형식이 지닌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 최소 29명 내·외빈 소개, “뭣이 중한디”

 

지난 3월 1일 열린 제103주년 삼일절 달라스 기념식은 형식을 바꾸면 내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여실히 드러낸 행사다.

제103주년 삼일절 달라스 기념식은 △개회선언 △국민의례 △내-외빈 소개 △독립선언서 낭독 △대통령 기념사 △한인회장 기념사 △민주평통 협의회장 기념사 △삼일절 노래 제창 △삼일절 영상 시청 △만세삼창 △광고 △폐회 순으로 진행됐다.

국가행사에서 가장 1차원적인 형식은 식순이다. 당연히 식순은 주최측에 의해 조정될 수 있다. 식전행사를 준비할 수도 있고 기념식의 순서를 전체 내용에 맞게 변경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규칙이 있다. 등장순서다. 중요한 사람이 먼저 나오고, 의미있는 순서가 우선적으로 배치된다.

달라스 기념식에서 주목해야 할 순서는 ‘내-외빈 소개’다. 내-외빈 소개가 국민의례 바로 다음에 나온다.

이날 내-외빈으로 소개된 사람은 최소 29명이다. 사회자가 “달라스 ○○○협회 △△△회장님께서 오셨습니다”를 최소 29번 반복했다는 뜻이다.

국가기념식 개회를 알리는 국민의례를 마치자마자 진행된 순서다. 3.1 정신의 근간인 독립선언문을 읽기도 전에 이뤄진 식순이다. 한 사람씩 호명하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고 좌중은 박수를 쳤다. 이같은 순서가 29번이나 반복된 셈이다.

다시 한번 거론하지만 행사 주최자는 식순을 변경할 수 있다. 변경에는 규칙과 이유가 따른다. 가장 원론적이고 상식적인 규칙은 ‘중요한 것이 우선된다’는 것이다.

삼일절은 수없이 많은 민초들과 애국열사들이 일제의 탄압과 폭압 앞에서 맨몸으로 항거하다 죽음을 맞이한 날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이 3.1운동으로 건립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고 명시할만큼, 삼일절은 대한민국의 건국역사에서 매우 의미있고 성스러운 날이다.

그 정신을 고스란히 적어 놓은 것이 ‘독립선언문’이다. 삼일절 기념식에서 ‘독립선언문’보다 먼저 진행되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삼일절 기념식을 주최한 달라스 한인회와 민주평통 달라스협의회에 “호명된 29명이 ‘독립선언문’보다 중요한 존재였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 소개된 내·외빈에 ‘내·외빈’은 없다

 

심지어 내-외빈 중 외부인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전부 달라스 한인사회 단체장들이었다. ‘외부나 외국에서 온 손님’ 즉, 외빈은 없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호명된 29명의 단체장은 ‘내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언컨대 아니다.

광의적 해석으로 내빈은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손님을 뜻한다. 만일 달라스 한인회 주최 ‘정기총회’였거나 민주평통 달라스협의회 주최 ‘신년하례식’이었다면 이날 호명된 단체장들은 ‘내빈’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런 행사에서 내-외빈 소개가 다른 식순보다 먼저 진행되는 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삼일절 기념식을 찾은 ○○○협회 △△△회장은 숭고한 선열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자리를 함께 한 ‘참석자’이지 ‘내빈’이 아니다.

달라스 한인회나 민주평통 달라스협의회 행사에 초대된 손님이 아니란 말이다.  

 

◎ 국가 기념식, 단체 자체행사 아니다

 

달라스 한인회와 민주평통 달라스협의회가 참석자와 내빈을 혼동하는 건 삼일절 기념식을 국가 행사가 아니라 주최측 행사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에서 기인한다.

삼일절 기념식을 국가기념일 행사가 아니라 ‘달라스 한인회 행사’ 또는 ‘민주평통달라스협의회 행사’로 이해하니, 다른 단체에서 온 사람을 손님으로 여겨 ‘내빈’으로 분류하고, 행사에 참석한 손님들을 우대해 그 어떤 식순보다 먼저 진행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모든 내용을 형식 안에 담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형식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그러나 형식은 내용을 규정한다. ‘내-외빈 소개’ 하나에서 국가 기념일을 대하는 한인사회 대표단체의 생각과 개념이 드러난 것처럼.  

 

◎ 잘못은 바로 잡고, 실수는 반복해서 안된다

 

분명히 말하건대, 달라스 한인회와 민주평통 달라스협의회가 이번 행사를 허투루 준비했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자리배치에서 식사접대까지 꼼꼼히 준비한 흔적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잘못된 국가 기념일 진행이 무마되는 건 아니다. 혹자는 열심히 준비했으니 비난보다는 격려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식순’ 하나로 기념식을 문제 삼는 건 숲은 보지 못하는 편견이라 억울해 한다.

어불성설이다. 비난이 아니라 지적이다. 한인 단체에 대한 편견이 아니라 한인사회를 아끼는 충정이다.

삼일절 기념식 식순이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형식을 제대로 갖추라는 질책도 아니다. 단순히 행사 순서를 꼬집는 건 더더욱 아니다.

국가 기념일 행사를 개별행사로 여기는 한인사회 대표 단체의 잘못된 사고를 문제삼는 것이다.

잘못은 바로 잡아야 하고, 실수라면 더 이상 반복해선 안된다. 발전은 잘못을 인정하는데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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