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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주 칼럼] 이기는 싸움

by admin

갑자기 정신이 들어 사방을 살펴보면 도처에 이길 수 없어 보이는 싸움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듯 보일 때가 있다.

아무리 열심히 내달려도 나아지지 않는 살림살이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늪처럼 발목을 잡아채기도 하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분문제가 천근의 족쇄를 찬 듯 이민생활 발걸음을 더디게 하기도 한다.
이민생활 무게가 아무리 무거워도 자식 잘 되는 것만 보면 새털처럼 가벼워질 듯도 한데 높아만 가는 대학 학자금과 입학 문턱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가 되어 있기도 하다.

손자 병법과 함께 중국 양대 병법서로 꼽히는 ‘오자병법’의 주인공 오기는 자신의 병법서에서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지 말라”고 말한다. 전쟁이라면 그러겠지만 삶이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오기의 말 안에는 또 다른 병법이 숨어 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지 말라”는 말이 싸움을 포기하라는 말로 들릴 지 모르나, 반대로 만반의 준비를 해서 이길 수밖에 없는 여건을 조성한 후 싸움을 하라는 의미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기고 지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만반의 준비와 이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있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전투자세로 임해서는 안된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끊임없이 승리라는 허상에 도취돼 있다. 칭찬·체면·돈·명예는 이기고자 하는 인간들을 쉼없이 유혹하며 승리를 쫓아 허우적대게 만든다.

최고의 벙법서인 손자병법을 쓴 손무가 최고의 전투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승리’라는 허상에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무가 쓴 전략의 핵심은 이기는데 있지 않다.

무엇보다 “적이 강하면 피하라. 숨는 것은 패배가 아니다. 내 병사들이 안 다친다면 나는 어떤 모멸감도 참을 수 있다”는 손무의 말은 병서의 한계를 넘어 현대인들에게 살아가는 지혜와 유연한 가치관을 일러주기에 충분하다.

이길 수 없는 싸움터에서 이길 수 없는 적장과 맞대면한 듯 한 느낌이라면 그 싸움이 허상은 아닌지 돌이켜 볼 일이다.
승리라는 허상에 쌓여 자식과 가족을 통해 대리전쟁을 치르게 하고, 남보다 우위를 점하지 않고서는 못배기고 있는 싸움을 하고 있는 건 아닌 지 곰곰 생각해봐야 한다.

인생을 걸고 싸워야 하는 전장 위에 섰다고 판단이 든다면, 거대한 삶의 파고에 맞서 싸워야 한다면, 오기와 손무의 병법처럼 이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반드시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한다.

“이길 가망이 있는 상대와 싸워 이겨야만 참으로 이기는 것이고, 운을 하늘에 맡기고 싸워서 이기는 것은 참으로 이긴 것이 아니다. 이길 가망이 없는 전쟁을 하는 자는 반드시 실패로 끝난다.”(손자병법)

2018년을 한 달로 채 남겨두지 않은 시가에 엉뚱하게 오기와 손무의 병법을 꺼내든 건, 삶과의 전투가 무조건 이겨야만 행복한 건 아님을 상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삶을 대하는 우리네 시각과 자세가 지금보다 조금은 여유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다.

최윤주 발행인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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