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한자리, 고객 아닌 ‘친구’
“이른 아침, 우리의 얼굴을 마주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께 기쁨을 선물해 드리고 싶어요”
북텍사스 주요도로인 I-35 하이웨이와 121 교차지점에서 한블럭 거리에 위치한 ‘써니 도넛’의 이재현 씨 부부에게 온 세상이 서서히 깨어나는 오전 5시는 손님맞이 준비로 가장 분주한 시간이다.
이 씨 부부는 17년째 같은 자리에서 도넛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 부지에 저희 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길목이 됐고 주변에 상가들도 늘어났어요.”
17년 세월동안 어느덧 ‘써니 도넛’은 이 지역 사랑방으로 자리잡게 됐다. 엄마 손에 이끌려 도넛을 먹으러 오던 어린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자신의 아이 손을 잡고 다시 도넛 가게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면 반갑기도 하고, 왠지 모를 뭉클한 감동도 전해진다. ‘써니 도넛’의 문을 넘나드는 고객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친구이자 가족이 된 셈이다.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있다 보니 가족같은 정이 생겼어요. 매일 같은 시간에 오시던 할아버지가 오시지 않는 날이면 왠지 걱정이 되기도 하면서 말이죠.”
지역 어르신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은 가게 인근에 있는 시니어센터에 도넛을 가져다 드리는 작은 기부의 계기를 마련했다. 도넛 하나를 집어 들고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노인들을 보며 한국에 계신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써니 도넛은 달라스를 방문한 한국인들에게 텍사스 한인업종을 대표하는 ‘도넛’을 소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저희 가게가 공항 가는 길목에 있어서 그런지 달라스를 방문하고 한국이나 타 주로 떠나시기 전 도넛을 드시기 위해 많이 들르신다”는 이재현 씨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 미국에서 먹는 마지막 아침식사가 ‘한국인의 도넛’이라는 데 뿌듯한 자부심을 느낀다.
“젊은 세대들도 도넛가게 창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어요. 도넛 모양과 다양한 토핑 구성은 또 새로운 트랜드로 다양한 고객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젊은 세대의 새로운 감각이 ‘도넛업의 세대교체’를 이끌어주길 기대했다.
‘도넛’과 함께 17년의 행복한 삶을 성실히 살아낸 이재현 씨 부부에게 ‘도넛’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을 노래하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친구로 자리 잡았다.
조훈호 기자 news@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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