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콧 이유에 ‘정치’가세
- 기업들 뭇매 맞을라 긴장
기업들이 좌불안석이다. 소비자들이 언제 어떤 이유로 보이콧에 착수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아동 노동이나 인권침해 같은 기존 불매 운동 이유에 더해 정치ㆍ외교적 이슈까지 기업을 압박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부패와 비리 우려 때문에 백안시돼 왔던 정경유착이, 지금은 정치적 성향 차이에 따라 기업에 자본주의적 뭇매를 안기는 모양새도 나온다. 애국주의ㆍ민족주의 열풍도 기업의 불안정성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급 피트니스클럽인 ‘솔사이클’과 모회사 ‘이퀴녹스’는 투자자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실내 자전거를 타는 스피닝 프로그램을 유행시키며 탄생 10년도 되지 않은 2014년에는 매출 1억1,200만달러를 기록한 솔사이클은 투자자 스티브 로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후원하는 사이었다는 게 알려지자 불매운동 움직임에 직면했다.
솔사이클은 뉴욕을 중심으로 유명 인사들과 패셔니스타 등의 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키며 성장해 왔지만, 정치적 이슈가 확산되며 불매를 부른 가장 큰 동력은 아이러니하게도 SNS의 입소문이었다.
여성 속옷 전문 업체인 빅토리아시크릿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수감됐다가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제프리 엡스타인 문제에 휘말렸다.
빅토리아시크릿의 모회사인 엘(L) 브랜드의 최고경영자(CEO)인 레스 웩스너가 엡스타인과 각별한 친분이 있었음이 드러나면서 빅토리아시크릿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이다.
심지어는 빅토리아시크릿이 미성년 여성을 모델로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엡스타인 등 정ㆍ재계 거물들에게 여성들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 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면서 발생한 후폭풍이다.
1년 넘게 계속되는 무역분쟁과 홍콩 시위 배후 논란이 겹친 미중 관계에선 미국 패션 브랜드 ‘코치’가 덤터기를 썼다.
12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에 따르면 코치가 자사 제품과 홈페이지에 홍콩과 대만을 중국의 지역이 아닌 ‘국가’로 표기한 것이 문제가 됐다. 코치 측은 제품을 회수하고 홈페이지 수정에 착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면서 “티셔츠 디자인에 큰 실수가 있어 관련 조치를 했으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며 “이러한 잘못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불매 운동 등 공격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코치 브랜드 홍보대사인 중국인 유명 모델 류원도 “코치의 이런 행동은 중국인의 국민 정서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엄중히 비난받아야 한다”면서 관련 활동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무역 분쟁이 기업 리스크 관리에 영향을 미치기는 서방 측도 예외가 아니다. 앞서 지난 5월 미국 월스트릿저널(WSJ)은 미국 의류업체 갭(GAP)과 미국서 인기 있는 스웨덴의 H&M, 독일의 아디다스 등이 최근 중국 거래처와의 관계를 청산한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표면적 이유는 중국 생산 기지의 인권 문제였다. 이들 기업이 원재료를 공급받는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정부의 무슬림 대상 세뇌 교육과 고문 정황이 포착된 바 있다.
당시 식품업체 크래프트 하인즈는 “원재료인 토마토의 5% 정도를 신장 지역에서 공급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미국 내에서 판매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고 코카콜라 역시 “인권에 대한 엄격한 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중국과의 연관성을 부정한 바 있다.
캐브리나 창 보스턴대 경영대학원 경영윤리 전공 교수는 12일 블룸버그 통신에 “기업들이 정치적 견해 때문에 위험을 겪는다는 문제점이 생겼다”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기업들을 주시하고 있는 경우에, 기업들이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더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