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의원들 “국민학생”, “깽판” 격한 설전
- 자료제출 놓고 실랑이…김진태, 조국 제출서류 찢어 던져
- 여상규 ‘불공정 진행’ 논란도…한국당, ‘결정적 한 방’은 안보여
- 曺 배우자 기소설에 거취 공방…野 “장관 가능하냐” 사퇴 압박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방현덕 이은정 기자 = 6일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여야의 첨예한 대치로 파행을 거듭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오전 10시 3분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의 개의 선언으로 시작된 인사청문회는 조 후보자에게 모두발언 기회를 줄지를 놓고 잠시 논란이 있었으나, 10시 11분 조 후보자의 모두발언으로 본궤도에 올랐다.
당초 지난 2∼3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잡혔던 청문회가 하루로 축소된 가운데 적지 않은 의혹을 검증해야 하는 만큼 통상 허용되던 의사진행발언 등은 생략된 채 곧바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청문회에는 ‘청문회 불참’ 의사를 밝힌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을 제외하고 17명의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이 모두 참석했다. 첫 출발은 팽팽한 긴장감 그 자체였다.
주요 방송사들의 생중계로 진행된 만큼 청문회는 ‘국회 청문회’를 넘어 ‘국민 청문회’와도 같았다. 그만큼 여야의 ‘창과 방패의 대결’도 치열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에게 충분한 발언권을 주는가 하면 그동안 제기된 의혹의 허점을 공략했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를 거세게 몰아붙이며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데 주력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과 무소속 박지원 의원은 민주당과 한국당의 격돌 속에서 ‘정책 질의’에 집중해 눈길을 끌었다.
◇ 사실상 ‘국민청문회’…PPT·동영상 총동원 여론몰이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에 대한 여론 집중도를 의식한 듯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동원해 여론몰이 나섰다.
여야를 통틀어 첫 질문에 나선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사법개혁 등 조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현안을 담은 파워포인트(PPT)를,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녹취 파일 등을 동원해 조 후보자 옹호에 나섰다.
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동양대 최성해 총장이 조 후보자 부인과 주고받은 문자·통화 기록을 담은 대형 패널에 꺼내 들었고,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조 후보자의 지난 2일 국회 기자간담회 답변 영상을, 정점식 의원은 서울대 학생들의 조 후보자 반대 촛불집회 영상을 틀었다.
무소속 박지원 의원의 경우 조 후보자 딸의 표창장 사진을 휴대전화에 넣어 조 후보자에게 내보였다.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한 한국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 조 후보자와 동양대 최성해 총장의 통화 논란, 딸의 인턴 활동 논란 등을 집중 공략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 의원들의 주장을 즉각 반박하거나, 조 후보자에 해명 기회를 주는 전략으로 야당의 예봉을 꺾는 데 주력했다.
오전 회의 중간 여야 의원들 간 한차례 설전이 오가긴 했으나, 17명의 여야 의원은 큰 차질없이 질의를 마친 채 낮 12시 35분 1차 정회가 선언됐다.
◇ “청문회 영어 뜻 아느냐” vs “내가 국민학생이냐” 충돌
1시간여 뒤인 1시 44분 속개된 오후 청문회에서는 여야의 신경전이 본격화했다. 조 후보자의 적격성을 입증하려는 민주당과 부적격성을 알리려는 한국당이 곳곳에서 충돌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 소속인 여 위원장이 조 후보자의 답변을 “뭘 미주알고주알 하느냐”며 무리하게 끊거나 민주당 의원들의 추가 질의를 차단하고 있다며 언성을 높였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여 위원장을 향해 “청문회가 영어로 무엇인지 아느냐. ‘히어링'(hearing)이다”라며 “‘히어'(hear)란 듣는 것이다. 청문회는 듣는 자리”라고 비판했다.
여 위원장이 “제가 국민학생입니까”라며 불쾌감을 드러내자 이 의원은 “지금 국민학생보다 못하지 않느냐”고 재공격했다.
여 위원장은 곧장 “이봐요! 원칙대로 하는 것을 그렇게 비난하느냐”고 발끈했고, 이 의원은 이후 “격한 발언을 한 것을 사과하겠다”고 물러섰다.
이후 여 위원장은 조 후보자에게 직접 질의하며 “온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앞으로 구속될지도 모른다.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 장관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제가 선배로서 충고 한마디 한다고 하면서 사퇴 권고를 한 적이 있는데 봤느냐”며 사실상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여 위원장은 ‘구속될 수 있다’ 등의 막말을 후보자에게 했다”며 “여 위원장의 편파적 갑질 진행은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 “曺 부친 때 웅동학원 부채” vs “묘소에 사과하라”
청문회는 오후 4시 증인신문을 위해 10여분간 정회했다가 4시 14분에 속개됐다.
여야 합의로 채택된 11명의 증인 중 유일하게 출석한 김형갑 웅동학원 이사에 대한 신문에선 한국당 김도읍 의원이 “조 후보자 부친이 웅동중 이전을 하면서 웅동학원 부채가 생기게 됐다”, “조국 일가가 소송 등으로 ‘장난’을 쳐서 채권은 조국 가족이 가져가고 학교에는 빚이 생겼다”고 한 것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묵과할 수 없는 명백한 사자 명예훼손 행위”라며 “국회 면책 특권 뒤에 숨으면 안 된다”고 항의했다.
이에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은 청문회장 깽판을 치러 오신 분들이냐”고 물러서지 않았고,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장 의원이 사학재단 일가임을 거론, “대한민국에서 사학을 하시는 분들이 그렇게 사기를 치지 않는다. 돌아가신 조변현(조 후보자의 부친) 이사장 묘소에 가서 사과하라”고 하면서 공방이 격화했다.
여야 간 온도가 달궈진 것과는 달리 한국당의 공세는 한풀 꺾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국당은 조 후보자의 중대 흠결로 이어질 ‘한 방’을 내놓지 못했고, 기존에 제기한 의혹마저도 번번이 조 후보자의 해명과 여당의 높은 방어막에 막혔다.
◇ 자료 제출 공방…서류 찢고·’페북 진단서’ 흔들어
오후 7시8분 정회했다가 8시59분 재개된 저녁 회의에선 한국당이 조 후보자 측 자료 제출이 부실하다고 고성을 내며 거센 공방으로 비화했다.
김진태 의원은 조 후보자 측이 자신이 요청한 가족관계 관련 서류 대신 8월에 법사위에 제출된 서류를 복사해 새로 뗀 양 갖고 왔다며 해당 서류를 눈앞에서 북북 찢어 날려버렸다.
김 의원은 “제가 뽑은 제 아들의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를 보면 출생 장소, 신고일, 신고인이 나온다. 그래서 요청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앞서 주장한 조 후보자 딸의 생년월일 변경과 관련한 의혹 규명을 위해 필요한 자료라는 것이다.
그는 “(조 후보자 측이) 발급받을 수 있는 시간이 20시까지”라며 “도저히 발급받을 수 없는 시간까지 와서 이것을 낸 것”이라며 손으로 책상을 세게 내려치기도 했다.
김도읍 의원도 조 후보자 딸이 2014년 2학기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휴학하며 제출한 질병 진단서 대신 ‘아프다’는 내용이 담긴 딸의 페이스북 글을 자신에게 냈다면서 출력본을 손에 흔들며 언성을 높였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는) ‘급성으로 허리를 접질려서 일주일 넘게 운동도 못 가고 밖에도 못 나가고 침대에 누워서 먹기만 했더니 돼지가 되고 있다’고 쓰여 있다”며 “이걸 진단서 대신 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돼지’라는 표현을 여러차례 언급해 여당 의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또한 여당 의원들은 “할 말이 없으니까 자료로 트집을 잡느냐”(김종민 의원), “진단서를 못 끊으니까 그거라도 낸 것 아니냐. 그것을 조롱하느냐”(표창원 의원)고 맞받았고 청문회장은 고성으로 채워졌다.
백혜련 의원은 “김 의원이 가족관계증명서를 신청했다고 했지만 말씀을 들어보니 요청자료는 ‘기본증명서’였다”며 “국회의원이 자료를 요청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힐난했다.
또한 조 후보자의 딸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인턴을 3주간 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3일만 출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여 위원장이 “이에 대한 반박 증거가 없는 한 3일만 출근한 게 맞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여당 의원들은 “위원장은 사회를 보는 분이지 판사가 아니다”(이철희 의원), “위원장이 신이 아니다”(표창원 의원)며 강하게 항의했다.
◇ 曺 배우자 기소설 돌면서 ‘사퇴 공방’
오후 11시를 넘어서 조 후보자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가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이날 자정 전 기소될 것이라는 말이 돌면서 조 후보자의 거취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한국당 의원들은 “부인이 기소되면 사퇴하겠느냐”며 조 후보자를 압박했다. 여 위원장은 “부인이 기소되고 본인이 수사받고, 이런 법무부 장관이 과연 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한국당 대표인) 황교안 법무부 장관 당시 자녀들에 대한 의혹 기사도 났었다”며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도 안하고 수사도 안했다”고 맞받았다.
이 과정에서 여 위원장이 “김종민 의원이 ‘부인이 기소되면 후보를 사퇴하겠느냐’는 질의를 했다”고 소개했다가 김종민 의원이 “그런 질의를 한 적이 없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여야 간 논쟁이 이어지자 조 후보자는 “그 문제에 대해 제가 입장을 분명히 말씀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조 후보자는 “처가 기소될지 불기소될지 알 수 없다”며 “어떤 경우든 저는 임명권자의 뜻에 따라 움직이겠다. 제가 가벼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조국 “감옥에 있던 것에 비유할 수 없는 시련이었다”
청문회는 차수 변경 없이 7일 0시 1분 산회했다. 끝내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채 청문회를 마감했다.
산회에 앞서 조 후보자는 이철희 의원의 주문에 따라 “여러 번 변명과 사과의 말씀을 드린 것 같다”며 “했던 말씀을 반복하기보다 향후 이 문제를 어떻게 안고 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겠다”며 인사청문 과정이 진행된 지난 4주간의 소회를 밝혔다.
조 후보자는 “정말 부족하고 흠결이 많은데 비판하고 질책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저를 지지하고 성원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조 후보자는 “제가 지금까지 삶에서 이 정도의 경험을 해본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며 “과거 짧게 감옥에 갔다 온 것이 있지만, 그것에 비유할 수 없는 정도의 시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여기까지 왔고 이 자리에 있다”며 “그 무게를 느끼면서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