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이민 정책으로 인구 센서스 응답률 저조 예상

인구수 감소에 따른 예산삭감 우려 … 휴스턴시 전전긍긍

연방센서스국이 오는 2020년 실시하는 인구조사를 앞두고 휴스턴시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 4대 도시인 휴스턴은 2020년 인구조사에서 시카고를 제치고 3위에 오를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기도 했지만, 오히려 인구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트럼프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반이민정책으로 인해 휴스턴의 불법체류자를 비롯한 이민자들이 인구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구조사의 응답률이 낮게 나오면 센서스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휴스턴에 배정되는 연방정부 예산도 크게 삭감될 수 있다.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시장은 지난달 휴스턴의 기업인들과 교수들, 정치인들, 판사들을 시청으로 초청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구조사 응답률이 낮게 나왔을 대 약 60억달러 규모의 휴스턴시 재정도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시민들이 인구조사에 적극 참여하도록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26일자 기사에서 텍사스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인구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텍사스 주정부는 1인당 최소 1,161달러의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자금을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4대 도시인 휴스턴에 약 50만 6,000명의 불체자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이 인구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휴스턴은 향후 10년 동안 60억달러의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자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연방정부는 센서스국의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시 등 지자체에 예산을 배분하는데, 시정부는 이 예산으로 도로보수 등 사회간접시설에 사용한다. 다시 말해 인구가 적은 것으로 나타나 예산이 배정되지 않으면 구멍이 난 도로는 수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방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센서스국은 인구조사를 실시할 때마다 인구조사 자료는 “절대로” 이민국과 공유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반이민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센서스국이 인구조사 자료를 이민국과 공유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불체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기 때문에 2020년 실시되는 인구조사에서 휴스턴의 응답률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미국 시민권자로 21세의 에나 에스피노자가 처한 상황을 소개하면서 이민자들의 인구조사 응답률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에스피노자는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이지만, 자신과 달리 부모 등 가족들은 불체자다. 에스피노자는 자신은 비록 시민권자이지만, 2020년 센서스국이 실시하는 인구조사에서 설문지에 응하면 가족이 추방될 수도 있다며 인구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센서스국이 인구조사 자료를 이민국과 공유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불체 청소년 추방 유예(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DACA)가 폐지될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경험한 불체자들은 감히(?) 인구조사에 응할 엄두를 못낼 것으로 보인다.

DACA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시행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DACA의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DACA를 폐지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DACA로 체류하는 불체청소년들 중에는 불이익을 받거나 추방당하는 청소년들도 생겨났다.
주위에 누구라도 이 같은 피해를 당한 사람이 있는 주민들은 인구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초 센서스국은 2020년 실시되는 인구조사 설문지에 “당신은 시민권자입니까?”라는 질문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설문지에 시민권자 여부를 묻는 질문이 포함된다는 사실에 시민단체들이 소송을 제기,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에서 설문지에 시민권자 여부를 묻는 조항을 넣지 말도록 판결을 내려도 센서스국에 대한 이민자사회의 신뢰는 이미 크게 낮아진 상태다.
만약 시민권자 여부를 묻는 문항에 설문지에 포함된다면 시민권자가 아닌 이민자들은 설문지 응답을 꺼릴 것이 분명하다.

양동욱 기자 코메리카 포스트 제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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