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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주 칼럼] 칼날 위에 서다

by admin
분단의 세월 70년을 지내오면서

 

우리 민족은 서로를 향해 칼을 품고 살아왔다.

 

위태로운 그 칼날 위에서

 

숨 죽이며 서 있은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21일(금)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다음날인 22일(토) 오후 5시 30분까지

 

대북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작전에 나서겠다는 위협도 가해졌다.

 

 

말 뿐이 아니었다.

 

실제로 군병력이 이동했다.

 

화력부대가 전방으로 이동 배치됐고,

 

군지휘관들이 중서부 전선으로 급파됐으며,

 

76.2m 견인포가 비무장지대(DMZ)에 배치됐다.

 

 

급박한 상황 전개에 한국과 미국 또한 공동대응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금) 오후

 

제3야전군 사령부를 찾아 군의 태세를 점검하며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해온다면

 

가차 없이 단호하게 응징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렇게 우리의 조국 한반도는

 

지난 주말, 군사적 초긴장 상태를 맞았다.

 

 

극적인 타결은 24일(월) 이뤄졌다.

 

회담 내내 남한측은 비무장지대 지뢰폭발에 대한

 

시인과 사과를 강경하게 요구했고,

 

북측은 북한정권 유지에 타격이 되는

 

한국의 확성기 방송 중단을 주장했다.

 

 

한껏 날이 선 칼 위에 ‘가까스로’ 평화가 내려앉았다.

 

43시간이라는 유례없는 마라톤 협상의 결과였다.

 

 

그러나 남북 고위급 합의문 2항에 적힌

 

북한의 ‘유감’표명이 끝내 뒷덜미를 잡아채는 건,

 

‘글’로 먹고 사는 이의

 

속일 수 없는 근성이 발동해서일런지도 모른다.

 

 

남북 고위급 합의문 2항은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다”고 적고 있다.

 

이 조항에는 한국정부가 요구했던

 

도발에 대한 ‘시인’도, 폭발사고에 대한 ‘사과’도 없다.

 

다만 남측 군인의 부상에 ‘유감’을 표했을 뿐이다.

 

 

북한은 ‘유감’이라는 단어 하나로

 

‘확성기 방송 중단’이라는 눈에 보이는 실효를 얻어냈다.

 

반면 한국은 전쟁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외에는

 

지극히 추상적인 ‘유감’이란 단어 하나만을 손에 쥐었을 뿐이다.

 

 

‘유감’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에서

 

다수의 한국주류언론들은

 

“확성기 위력이 반영된 한국 승리”

 

“한국 정부의 승리”

 

“박대통령 유연한 원칙론 통했다”며

 

일방적인 칭송 기사들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조금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정부의 성적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북한과의 대립으로

 

세월호에서부터 국정원의 도청의혹까지

 

첨예했던 한국내 정치 이슈가 파도처럼 쓸려나갔다.

 

정권의 위기탈출에

 

전쟁의 위협과 공포만한 백신이 없다는 명제가

 

또다시 여실히 입증된 셈이다.

 

 

벼랑 끝 타결로 전쟁을 피할 수 있게 된 건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허나 전쟁 위협이 끝난 건 아니다.

 

남과 북이 대치한 상황에서 전쟁의 위험은 늘 존재한다.

 

밖으로는 미, 중, 일, 러 열강들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반 세기 넘게 분단의 구조를 고착시켜온 결과이고,

 

안으로는 전쟁 위협과 공포가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기 때문이다.

 

분단 70년,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칼날 위다.
[코리아타임즈미디어] 최윤주 편집국장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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