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
- “현실안주 국가 일원이란 자괴감에 더는 일 못해”
국무부 소속 한인 외교관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며 느낀 자괴감을 견딜 수 없다며 사표를 던졌다. 그러면서 8일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사임의 변을 공개해 미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다.
26세 때 ‘미국판 외무고시’ 157기로 임용돼 10년간 일했다고 소개한 척 박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안주 국가’의 일원임을 더는 정당화할 수 없어 사임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해외에서 외교관으로 경험한 일과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이민자 아들인 자신이 부모를 반갑게 맞아주고, 본인과 형제자매들에게 성장 기회를 준 미국 사회에 대한 의무감을 느낀 것”도 외교관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 사유였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그는 세 차례 해외 파견 근무에서 미국적 가치라고 생각한 자유, 공정, 관용의 확산을 위해 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에선 수천 명의 불법체류 청년들이 쫓겨나는 상황인데 멕시코에서 영사관 행사를 열면서 미국의 우정과 개방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했다거나,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 대응이 사회적 문제인데 리스본 대사관에서 흑인 역사 주간을 열어 축하해야 할 때 모순을 느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매일 트럼프 행정부가 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비자를 거절하고, 국경 안보·이민·무역 등의 현안에서 행정부의 지시사항을 그대로 따랐다는 점에서 스스로도 트럼프의 ‘현실안주 국가’ 일원이었다며 반성했다.
이어 자신이 사표를 쓰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 점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공짜 주택이나 퇴직 연금, 강력한 국가를 대변한다는 명망 등 직업적인 특전 때문에 한때는 너무나 분명했던 이상에서 멀어지고 양심을 속였다고 후회했다.
그는 올해 7살이 된 아들에게 이 정권의 행위에 자신이 공모한 데 대해 설명할 수 없고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다며 “더는 못하겠다. 그래서 사임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