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부담 가족의료보험료, 연 2만달러 넘어 사상 최고…결국 혜택 축소·폐지 이어져
▶ 직원 디덕터블 10년새 3배↑, 보험 미가입 직장인도 속출
“직장 의료보험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안 좋아진 것 같아요.” 한인 업체에 근무하는 한인 이모(51)씨는 직장에서 부담하는 의료보험을 이렇게 평했다. 그도 그럴 것이 3년 전부터 안과와 치과 보험 혜택이 폐지된데다 본인 부담금이 코페이도 조금씩 올라 이젠 30달러에 달한다. 부양 가족 추가 시 매달 600달러에 가까운 보험료를 추가 부담해야 돼 이씨의 월급 실수령액도 줄었다고 한다. 이씨는 “의료보험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을 보면 그나마 직장 의료보험이라도 있으니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높은 의료비에 해마다 오르는 보험료로 직장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기업의 의료비 부담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의료보험 혜택을 축소 폐지하는 기업들이 늘자 그에 따른 피해가 직장인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27일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내 기업이 가족의료보험 비용으로 부담하는 금액이 1년에 2만576달러로, 이는 지난해 비해 5% 늘어난 사상 최고치로서, 기업들이 직장 의료보험 혜택 범위를 축소하거나 폐지함에 따라 직장인들의 의료비용 부담이 가중되면서 아예 의료보험 가입을 하지 않는 직장인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결과는 비영리 단체인 ‘카이저 패밀리 파운데이션’이 미국 내 2,000명의 기업 대표를 무작위로 추출해 조사한 결과다.
직장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기업들의 보험료 부담도 늘어났지만 직장인들의 부담도 늘었다. 직장인 1인당 연평균 가족의료비 부담은 6,000달러다. 특히 직원 중 35%가 연봉 2만5,000달러 이하의 저임금 직원으로 구성된 기업의 경우 연평균 가족의료비는 1,000달러나 늘어나 7,000달러까지 부담이 늘었다.
카이저 패밀리 파운데이션 드루 앨트만 최고경영자(CEO)는 “2만달러는 기본 자동차 1대와 맘먹는 비용”이라며 “기업의 문제는 매년 이 같은 구매가 반복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의 입장에서 직장 의료보험의 혜택 범위를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의료비 부담 역시 증가 추세에 있다.
디덕터블의 경우 1인 가입의 경우 올해 평균 디덕터블은 1,396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인 2009년 559달러에 비해 거의 3배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직장 의료보험을 갖고 있더라도 막상 병을 앓게 되어 병원 신세를 지게 되면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는 더 커진 셈이다.
더욱이 의료보험 비용이 증가세가 직장인의 월급 인상률을 앞지르다 보니 의료비 부담에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IT 관련 직장에 근무하는 한인 고모씨는 “8만달러 정도의 수입이지만 모기지와 학자금 대출, 두 명의 자녀들의 생활비에 연간 4,000달러의 디덕터블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가족 외식이 사치라고 생각될 정도이니 미국 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직장 의료보험 대한 불만과 아쉬움을 가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식음료 전문 기업의 한인 대표는 “의료보험 혜택을 축소해 직원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 미안한 마음이지만 버틸 수 있는 것도 언제까지일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