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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우리 차례다”

by admin

“한 마리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백마리의 개가 그 소리를 따라 짖는다.”

후한의 왕부가 한 말이다.

문을 이렇게 명확히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 싶다.

소문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다.

그럴듯하다고 해서 소문이 사실일 수는 없다.

하지만 어찌된 게 소문은 움직이면서 강해지고 퍼져가면서 힘을 얻는다.

수많은 소문 중에 단 하나만 사실로 밝혀져도

나머지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사실로 믿게 되는

‘소문의 착시효과’까지 가세하면 사람 목숨 하나 빼앗는 건 일도 아니다.

소문이 퍼지는 속도와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단 소문이 퍼지면 진위여부에 상관없이

루머는 사실로 굳어지면서 더 크게 확장된다.

‘무서운 소문’의 시대다.

근래 들어 가장 참혹했던 소문은

‘세월호’라는 전대미문의 참사를 두고 벌어진 루머 잔치였다.

지난 한 해동안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괴롭히는 소문은 너무나 많았다. 

세월호 가족들이 피해학생 전원의 대입 특례 전형을 요구했다거나,

사망자 형제 자매의 대입특례 전형을 주장했다거나,

보상금을 어마어마하게 받으려고 한다거나,

유가족을 위한 평생 생활안정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등의

악의적이고 부풀려진 수많은 거짓 소문들이 난무했다.

발없는 말이 되어 천리를 퍼져나간 루머는

희생자 가족들의 찢기고 무너진 심장에 다시 한번 대못을 박았다.

안타까운 건 아직도 이 루머를

사실로 믿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도 많다는 점이다.

300여명의 꽃다운 영혼들을

속절없이 떠나보낸 지도 벌써 300일을 훌쩍 넘어섰다.

아직도 아홉 영혼의 시신은 차가운 바다에 갇혀 있고,

왜 이런 참사가 벌어졌는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요원하다.

‘진실규명’과 ‘선체인양’을 바라는 희생자 부모들의 절규는

200일 넘게 광화문 찬 바닥 위에 뒹굴고 있건만,

세월호 진상조사 특위는

사사건건 방해하는 여당 추천 특위 위원들과 집권당의 교묘한 방해로 

아직까지 출범 조차 못하고 있다.

소문과 거짓은 난립하고 진실은 침몰한 형국이다.

3월 11일(수) 열리는 ‘세월호 유가족과의 만남’이 기다려지는 건,

소문이 아닌 진실을 직접 대면한다는 가슴 아린 기대감 때문이다.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만큼

그들이 토해내는 진실의 목소리가 사무치게 듣고 싶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붕괴돼버린 국가적인 재앙이다.

무책임과 무능으로 일관된 참사과정 속에서

언론 조차 제 역할을 못하면서 괴담과 소문이 난무하여,

소문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희생자 가족들의 가슴을 갈갈이 찢어 놓았다.

‘세월호 유가족과의 만남’은

지난 한 해 숨을 쉬는 것 조차 미안했던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사실을 전해들을 길이 막막해 왜곡된 사실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달라스 한인들의 눈물을 하나하나 제 자리에 놓아줄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함께 울겠습니다”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함께 분노하겠습니다”고 외쳤다면,

진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번 만남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자식을 잃고 목놓아 울 자유조차 빼앗겼던 그들에겐

진실에 귀 기울이고 함께 아파해 줄 ‘우리’가 필요하다.

너무나 야위었을, 너무나 힘들었을, 너무나 지쳐있을

그 분들의 손을 잡고 이번엔 우리가 울어줄 차례다.

 

최윤주 편집국장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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