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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23년 연간 100억달러 사기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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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휴스턴 지역번호 악용 사례 잇따라
[최윤주 기자 = 코리아타임즈 미디어]
코로나19 이후 휴대전화를 이용한 스팸 사기 전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팬데믹을 계기로 일상이 비대면 중심으로 바뀌면서 사기범들은 시민들의 불안과 혼란을 틈타 정교한 수법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3년 미국인들이 입은 사기 피해액이 1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상당수가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통한 사기 피해였다.
AI 음성까지 활용하는 최신 사기 수법
전화 사기범들은 자동 다이얼 시스템을 이용해 무작위로 수백만 통의 전화를 발송한다. 발신 번호를 수신자의 실제 지역번호와 유사하게 조작해 수신자가 안심하고 전화를 받도록 유도한다.
통화 내용은 국세청(IRS)이나 사회보장국(SSA) 등을 사칭하며 “세금 체납으로 곧 체포될 수 있다”거나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가 중단됐다”는 등의 위협적인 멘트가 주를 이룬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가족이나 지인의 목소리를 복제한 뒤 “사고를 당했다”며 긴급 송금을 요청하는 신종 수법도 등장했다. 이른바 ‘음성 사기’로 불리는 이 방식은 기술 발전을 악용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정부 기관을 사칭해 세금이나 벌금을 요구하거나, 기술 지원을 빙자해 컴퓨터 원격 접속을 유도하는 방식이 자주 등장한다. 은행이나 크레딧카드 회사 보안팀을 가장해 며 계좌 정보를 묻는 경우도 있다.
또한 택배 배송이 지연됐다며 수수료 납부를 요구하는 사기, 당첨 사실을 알린 뒤 세금이나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복권 사기 등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달라스·휴스턴 등 신뢰감 높은 지역번호 활용
스팸 사기 전화는 수신자의 경계심을 낮추기 위해 ‘신뢰할 만한 번호’로 보이도록 발신 번호를 설정한다. 대부분 스팸 전화가 수신자의 실제 거주 지역번호이거나, 신뢰감을 주는 지역번호인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미국 내에서 스팸 사기 전화에 가장 많이 사용된 미국 내 지역번호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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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콜로라도), 272(펜실베이니아), 959(코네티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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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 972(달라스), 346 / 713(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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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워싱턴 D.C.), 313(디트로이트), 407(올랜도)
특히 달라스 지역번호인 214번과 972번, 휴스턴의 713 번호는 지역 한인 및 업소들의 전화번호인 경우도 많아 특히 주의가 요구된다.
“한 번 울리고 끊는다”… 해외 발 원링 사기 여전
해외에서 걸려오는 국제전화 사기 역시 지속되고 있다.
‘원링 사기’라 불리는 이 수법은 전화를 한 차례 울리고 끊은 뒤, 수신자가 궁금증이나 의무감에 전화를 다시 걸도록 유도한다. 이 때 전화가 연결되면 고액의 국제전화 요금이 청구된다.
이런 수법에 자주 악용되는 국가 코드로는 도미니카공화국(829), 앤티가 바부다(268), 자메이카(876), 그레나다(473), 터크스케이커스 제도(649), 영국령 버진아일랜드(284) 등이 있다.
이들 국가는 미국 내 전화번호 체계(NANP)를 공유해 미국 번호처럼 보이기 때문에 외형상 구분이 어려워, 일반 이용자들이 쉽게 속을 수 있다.
“모르는 번호 받지 말고, 다시 걸지도 말아야”
스팸 사기 전화를 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모르는 번호는 아예 받지 않는 것’이다.
전화를 받았다 해도 사기성이 의심되면 즉시 전화를 끊고, 발신자가 유도하는 숫자 입력이나 웹사이트 링크 클릭 등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발신자가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하며 금전을 요구할 경우 반드시 다른 수단으로 사실 여부를 재확인해야 한다.
국제전화의 경우 낯선 국가에서 온 부재중 전화에는 절대 회신하지 않는 게 기본원칙이다. 반복적으로 같은 번호에서 전화가 올 경우 반드시 통신사나 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신사 보안앱 차단 기능 “적극 이용해야”
스팸 전화 차단을 위해 미국 주요 통신사들은 자체 보안 앱을 운영 중이다.
Verizon은 ‘Call Filter’, AT&T는 ‘ActiveArmor’, T-Mobile은 ‘Scam Shield’를 제공하며, 이들 앱은 의심 번호를 자동으로 걸러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별도로 설치 가능한 앱으로는 ‘Hiya’, ‘Truecaller’, ‘RoboKiller’, ‘Nomorobo’ 등이 있다. 이들 앱은 실시간으로 사용자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반영해 스팸 번호를 차단하는 기능이 있다.
스마트폰 내 설정도 도움이 된다.
아이폰은 ‘설정 > 전화 > 알 수 없는 발신자 음소거’ 기능을, 안드로이드폰은 ‘설정 > 통화 > 스팸 보호’ 기능을 통해 스팸 전화 필터링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美 정부도 대응… 수신 거부 등록 시스템 운영 중
미국 연방정부는 사기 전화를 줄이기 위해 ‘수신 거부(Do Not Call)’ 시스템을 통해 전화 마케팅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중이다.
이용자는 donotcall.gov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번호를 등록할 수 있으며, 등록된 번호는 합법적인 광고전화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불법 사기범들은 이 제도를 우회하는 경우가 많아 차단 앱과 병행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사기 전화를 받았거나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에는 정부 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미국 FTC는 reportfraud.ftc.gov를 통해 신고를 받고 있으며, FCC(연방통신위원회) 역시 consumercomplaints.fcc.gov를 통해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
각 통신사 고객센터나 스팸 전화 차단 앱을 통한 직접 신고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전화 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무엇보다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고령층과 청소년 등 정보 취약계층은 사기 전화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과의 소통을 통해 위험을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윤주 기자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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