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주 기자 = 코리아 타임즈 미디어]
샤가스병(Chagas disease)이 미국 내 확산하면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진이 샤가스병을 미국의 ‘풍토병’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샤가스병은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곤충 ‘키싱버그(kissing bug)’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최근 CDC는 학술지를 통해 미국을 샤가스병 일명 ‘키싱버그 병’의 저유행 풍토병(hypoendemic) 지역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텍사스 등 8개 주서 인체 감염 보고
‘키싱버그’는 지난 10년간 32개 주에서 발견돼 미국 전역으로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CDC 보고서에 따르면 샤가스병 환자는 텍사스·캘리포니아·애리조나·테네시·루이지애나·미주리·미시시피·아칸소 등 8개 주에서 보고됐다. 특히 텍사스는 1950년대 첫 사례가 확인된 이후 꾸준히 발병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연구진은 “미국을 비풍토병 지역으로 분류하는 것은 인식 부족과 저보고를 부추긴다”며 “저유행 풍토병으로 분류할 경우 감시·연구·공중보건 대응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샤가스병, 어떤 병인가
샤가스병은 키싱버그의 배설물에 의해 전파된다. 키싱버그는 입 주변(입술, 눈가)을 잘 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전 세계 약 800만 명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미국 내 감염자는 28만 명 수준이다. 감염자의 상당수는 자신이 감염된 사실조차 모른다.
감염 초기(급성기)에는 발열·피로·발진·눈꺼풀 부종 등 일반적인 바이러스 감염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수년간 증상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지만, 20~30%는 심장질환(심부전·부정맥·돌연사)이나 소화기 질환(식도·대장 비대, 삼킴 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산모가 감염되면 태아에게 전파될 수 있다.
아직까지 예방 백신은 없다. 감염시 항기생충제 투여로 기생충을 제거하고, 증상에 따른 관리 치료가 병행된다.
텍사스, 2013년부터 10년간 인체감염 ‘273건’
텍사스 보건국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주 전역에서 273건의 인체 감염이 확인됐다.
같은 기간 달라스 카운티에서 보고된 사례는 총 35건으로 △해외 유입(Imported) 27건 △감염 경로 불명(Unknown) 8건 △지역 내 감염(Locally Acquired) 0건 등 대부분 해외에서 감염된 사례였다. 특히 남미에서 귀국한 이민자나 여행객 사이에서 감염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경각심이 필요하다.
연도별 텍사스 인체 감염 사례는 △2020년 19건 △2021년 26건 △2022년 22건 △2023년 22건 △2024년 19건(잠정치) △2025년 8건(잠정치)로, 연간 20건 안팎으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려겸 감염, 지역확산 위험신호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 감염도 문제가 되고 있다. 2013~2015년 사이 텍사스에서 보고된 개 샤가스병 감염 건수는 431건이다.
키싱버그는 주택 주변이나 야외에서 기르는 개를 매개로 기생충을 전파할 수 있으며, 반려견이 감염될 경우 심부전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감염된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인간을 감염시키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견을 통한 감염 사례가 지역 내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5월~10월 유행시기, 철저한 예방 ‘필수’
키싱버그는 주로 따뜻한 계절인 5월~10월에 활발히 활동한다. 여름철 반려견이 야외에 오래 머물 경우 감염 위험이 커진다.
보건 당국과 수의학계는 샤가스병 예방을 위해 집 주변과 반려견 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한다.
집 주변의 쓰레기, 나무더미, 장작더미를 정리해 키싱버그 서식지를 없애야 하며, 창문과 문틈의 방충망을 점검하고 외부 불빛에 벌레가 몰리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또한 반려견은 가능하면 실내에서 기르거나 야외 생활 시 벌레가 모이지 않도록 주변 환경을 정리하고, 반려견의 야외 침상은 바닥에서 떨어진 위치에 두는 것이 안전하다.
캠핑이나 낚시 등 야외 활동 후에는 사람과 반려견 모두 몸에 벌레가 붙어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발열이나 심장 이상, 소화기 장애 등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에는 즉시 의료기관이나 수의사를 찾아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최윤주 기자 editor@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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