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달 없는 경기장 속출
- 여자 씨름은 번외경기, 왜?
- 상한 도시락 배달, 일부 팀은 아침식사 미제공
제22회 뉴욕미주체전은 달라스를 비롯해 LA, 시카고, 워싱턴 DC,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내 31개 지역에서 출전한 한인 선수단 뿐 아니라 중국과 캐나다 등 총 34개 지역에서 4,000여명의 선수 및 체육회 임원진이 참석, 미주체전이 전 세계 한인들의 스포츠 대제전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 예산을 확보, 대회 한 달 전 미국 횡단 성화봉송까지 진행하며 미주한인사회 전체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본격적인 대회가 진행되는 24일(토) 아침 일부 참가팀에 아침식사가 제공되지 않아 어린 학생들이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한 채 경기에 출전했고, 같은 날 점심에 제공된 도시락 중 일부는 반찬이 상해 자칫 선수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위험이 야기됐다.
미숙한 대회 운영 또한 곳곳에서 발생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선수들에게 메달이 수여되지 않은 것.
일례로 체전의 상징과도 같은 마라톤에는 단 1개의 메달도 전달되지 않아 이른 새벽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달리기에 임한 선수들 모두 빈손으로 경기장을 떠나야만 했다.
비단 마라톤 경기장 뿐 아니었다. 대부분 경기장에 메달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일이 허다했다.
체전에 참가한 한 선수는 “경기장마다 메달 수가 정해져 있는데, 어떻게 메달이 부족하다못해 아예 경기장에 메달이 없을 수 있느냐”며 “스포츠는 승리를 향한 도전이고, 그 보상이 메달이다. 체전을 운영하면서 우승 선수들에게 메달을 주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통을 토해냈다.
선수들에 대한 작은 배려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침 9시부터 경기가 치러진 육상 구장에는 대회 진행석에 마련된 2개의 텐트가 전부였다. 이른 아침부터 경기장에 도착해 오후 늦은 시간까지 수많은 경기를 치른 육상선수들은 내려쬐는 뙤약볕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텐트 3-4개만 준비했어도 전력을 다해 트랙을 뛰는 육상선수들이 그늘에서 쉬는 작은 배려가 됐을텐데, 뉴욕조직위는 “경기장 앞 관중석 밑 그늘에서 쉬면 된다”는 무책임한 변경을 늘어놓았을 뿐이다. 참고로 경기장에서 관중석으로 들어서는 입구는 100미터 가까운 양쪽 끝에만 있어 경기중인 선수들이 왕래할 수 없는 위치였다.
씨름 종목의 성차별 논란도 피할 수 없었다.
씨름에서 남자경기는 ‘정식’종목으로 치러졌지만 여자경기는 ‘번외 종목’으로 분류돼 치러졌다. 남자는 출전선수가 많지만 여자는 출전하는 사람이 적다는 게 이유다.
뉴욕체전에서 여자 씨름에 출전한 선수는 모두 4명. 리그전으로 치러져 한 명의 선수가 세 번의 경기를 뛰어야만 했다.
여자씨름에 출전한 달라스 선수는 경기 직후 왼쪽 팔 안쪽에 시퍼런 멍이 생겼고, 다음날까지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의 근육통에 시달렸다.
엄청난 체력을 소진하며 경기를 치렀지만 돌아오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출전팀에 1점도 추가되지 않는 ‘번외경기’이기 때문.
육상 종목에 4명만 출전하면 3등까지 무조건 메달과 가산점이 주어지고, 마라톤은 5km를 걸어 들어와도 점수 가산이 되며, 남자 씨름에서는 체급별 출전 선수만 있으면 경기가 진행돼 아무나 선수등록을 하는 일이 다반사인 것과 비교할 때, 3번의 리그전을 운영하고도 ‘여자’라는 이유로 정식 경기로 인정하지 않는 건, 명백한 성차별이고, 여성을 대상화하는 구태적인 대회 운영이다.
미주체전은 세대를 아우르며 화합과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이는 대회다.
한민족의 정체성과 자부심은 K-POP 걸그룹을 초청해 대규모 이벤트를 한다고 생기는 자부심이 아니다. 체전에 참가한 선수들을 살피는 작은 존중과 메달 하나까지 정성스레 전달하는 세심한 배려에서 생겨난다.
특별한 부상자 없이 안전하고 성대하게 치러진 뉴욕미주체전이 못내 아쉬운 이유다.
최윤주 기자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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