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해 온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제도는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 근거해 1868년 제정 이후 150여 년간 ‘미국인’의 정체성을 규정해온 핵심 원칙 중 하나다. .
미국 이민정책의 근간이 되어 온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제도가 7월 27일부터 일부 주(州)에서 사실상 폐지된다.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직후 내린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을 “별도 소송이 없는 28개 주는 30일 후부터 이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오는 7월 27일부터 미국 28개 주에서 해당 정책이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불법체류자는 물론이고 영주권이 없는 합법 체류자의 자녀들도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텍사스, 플로리다 등 공화당 주지사가 이끄는 보수 성향 28개 주는 7월 27일부터 이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출생시민권이라는 사기극(hoax)이 타격받았다”며 “거대한 승리(GIANT WIN)”라고 자평했다.
대법원 “소송 없는 주는 행정명령 따라야”…주별 적용 인정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당일인 2025년 1월 20일, 부모가 모두 불법체류자이거나 영주권이 없는 경우, 그 자녀가 미국에서 태어나도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뉴욕·캘리포니아·워싱턴DC 등 민주당 성향 22개 주가 위헌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연방 하급심 법원은 해당 행정명령의 효력을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소송을 낸 주에만 효력 정지가 적용돼야 한다”며 대법원에 판단을 요청했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행정명령을 무력화한 하급심 판결의 전국 적용은 부당하다’는 트럼프 측 손을 들어줬다.
이날 대법관 9명 중 보수 성향 6명이 행정부 입장에 찬성표를 던졌다. 트럼프가 1기 시절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사법부가 특정 법의 전국적 적용을 막을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출생시민권, 헌법 개정 없이 제한…“주마다 다른 시민권” 혼란
미국 출생시민권은 1868년 제정된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 관할권 내에 있는 자는 미국 시민이다”는 조항에 근거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출생시민권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행정명령이 주별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길을 열면서, ‘어느 주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시민권 유무가 갈리는 상황이 됐다. 행정명령과 주별 대응이 충돌할 경우 향후 더 많은 소송과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 개정을 통해 출생시민권 조항을 완전히 폐지하려면, 상원과 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과 전체 50개 주 중 4분의 3 이상의 비준이 필요하다. 사실상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절차다.
한인 사회도 ‘영향’…원정출산에도 ‘제동’
이번 결정은 한인 사회를 포함한 이민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유학생·주재원·취업비자 등 합법 체류자이지만 영주권을 갖지 않은 이들이 출산을 앞둔 경우 자녀의 시민권 여부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프리스코에 거주하는 한인 박 모 씨는 “지난해 어렵게 취업비자를 받은 후 안정적으로 미국생활에 정착했다는 생각에 아이를 가졌는데, 이제 와서 아이가 시민권을 못 받을 수 있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며, “취업비자 때문에 타주로 옮길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많이 힘들다”며 상심을 드러냈다.
한국을 포함한 외국에서의 ‘원정출산’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출생만으로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미국에서 아이를 낳을 실익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법치 포기했다”…진보 진영은 강하게 반발
출생시민권은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임을 상징하는 제도다. 태어난 장소만으로 국적이 결정되는 ‘속지주의’는 프랑스, 캐나다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매우 드물며, 미국은 이를 통해 이민자에게 열린 사회를 표방해 왔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진보 성향 소토마요르(Sonia Sotomayor) 판사는 “대법원이 법치주의를 옹호할 역할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출생시민권은 단지 이민자 권리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키는 헌법적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시민단체들도 이번 판결에 대해 반대 성명을 내고, “차별적 정책에 법원이 면죄부를 줬다”며 연방 차원의 추가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출생시민권의 폐지는 단지 이민 정책의 변화가 아니라, 미국이 앞으로 어떤 나라로 남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논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내 불법이민자 자녀 중 시민권을 보유한 성인은 최소 1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 50개 주 출생시민권 적용 여부는?
2025년 7월 27일을 기준으로 주 정부들이 별도의 대응(소송 등)을 하지 않는 한 출생시민권이 더 이상 자동으로 주어지지 않는 주와 인정되는 주는 (※ 주별로 향후 법적 대응 여부에 따라 변경 가능성 있음)
▶ 출생시민권이 인정되지 않는 주(28개) ※ 별도 소송 제기 없이 행정명령이 적용되는 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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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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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F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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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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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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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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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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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와(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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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콘신(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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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다코타(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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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다코타(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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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브래스카(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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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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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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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리(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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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터키(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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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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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라배마(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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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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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애나(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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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캐롤라이나(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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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칸소(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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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버지니아(W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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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태나(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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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호(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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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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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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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오밍(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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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NH)
▶ 출생시민권 인정 주 (22개) ※ 트럼프 행정명령에 반대하며 위헌 소송을 제기한 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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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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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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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N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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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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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건(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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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노이(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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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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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이니아(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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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네티컷(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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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랜드(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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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몬트(V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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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아일랜드(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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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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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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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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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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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멕시코(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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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다(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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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라웨어(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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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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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캐롤라이나(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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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DC)
최윤주 기자 editor@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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