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화) 한미동맹재단(Korea-US Alliance Foundation) 신경수 사무총장(육군 예비역 소장)이 달라스를 방문했다. 신경수 사무총장은 2013년 11월부터 2016년말까지 주미대사관 국방무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달라스를 방문한 신 사무총장은 21일(화) 오후 4시 그랩바인의 한 식당에서 달라스 한인회 임원들과 한미여성회, 북텍사스 여성회 임원진을 모아놓고 ‘안보강연’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정세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안보강연’은 30분 남짓 진행됐다. 20명 안팎의 적은 인원이 참석했을 뿐이지만 달라스 한인사회 주요 인사들을 앞에 두고 진행된 그의 ‘안보강연’ 내용은 사실을 왜곡한 ‘호도’와 지극히 개인적인 ‘주장’으로 가득 했다.
그의 발언 내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1. “사드는 전자파가 없어요”
“경상북도 성주에 사드 갖다 놓는다고 했을 때 있지도 않은 전자파로 사람들이 죽어가느니 동물들이 죽어가느니 뭐 그래 가지고 엄청나게 데모 많이 했어요. 사드는 전자파가 없어요.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가 없어요. (중략) 많은 국민들이 전자파 때문에 죽는다고 데모하고…”
대한민국이 핵개발을 할 수 없는 첫번째 이유로 ‘핵 비확산 체재 탈퇴에 따른 경제 제재’를 설명한 신 사무총장이 두번째 이유로 ‘국민’을 꼽으며 한 얘기다.
사드 배치를 두고 성주 주민들이 있지도 않은 ‘전자파’를 이유로 반대했다며 지역이기주의를 꼬집은 발언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먼저 사드 배치는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의 ‘방어’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라는 군사력을 배치한 것이라는 해석이 더 타당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두고 군사적 보복조치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한국땅에 ‘함부로’ 자신들의 군사력을 배치할 수 있는 건 ‘한미상호방위조약’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이 필요한 군사력을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권리’로 규정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한국땅에 전쟁이 나더라도 전시작전권이 없다. 전쟁이라는 국가 위기를 관리할 전작권이 미국에 있다. 게다가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이 필요하다고 규정하면 우리 땅에 미국의 전략적 무기가 배치되는 걸 ‘양허’해야 한다.
한반도를 강대국들의 일상적인 대결과 격돌의 장으로 전락시키는 걸 원치 않는 국민들이 사드 배치를 두고 ‘미국의 군사적 식민지’라는 울분에 찬 비판까지 쏟아낸 이유다.
당사자인 성주 주민들의 반대는 지극히 당연하다. 시골 지역에 공장 하나 들어오려고 해도 주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사드와 같은 위험시설 배치에 군민들의 동의나 사전 협의는 없었다.
무엇보다 사드 레이더 시스템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가 존재한다. 이는 미 연방관보에 버젓이 나와있는 사실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2019년 3월 21일 미연방 관보에 게재된 “미국령 괌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 시스템에서 나오는 전자파(electro-magnetic radiation)로부터 항공기와 조종사 등을 보호하기 위해 ‘제한 구역(restricted area)’을 설정한다”는 공지(notice)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공지문은 “사드 시스템이 작동할 시 군용 및 민간 항공기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치고, 시스템이 발산하는 전자파는 인간의 건강에 부작용을 일으키며, 전자 장비에도 전자파가 관여하는 영향을 끼친다”며 사드 시스템의 위험성를 분명하게 명시한다.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가 없다는 신경수 사무총장의 설명은 사실이 아니다.
2. “주한미군 분담금 100% 내도 우리 국익에 남는 장사”
“트럼프가 돈을 조금 더 달라고 그러면 주는 게 우리 국익에 훨씬 더 남는 장사라는 거에요. 그게 남는 장사라는 거에요.”
“우리가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한 45%를 내요. 주한미군 28,500명이 주둔해서 우리가 내는 돈이 1조 조금 넘어요. 1조 900억 되는데, 1조 900억이 28,500명이 주둔하기 위해 쓰는 돈의 45%에요. 제가 볼 때는 100% 다 줘도 그게 더 남는 장사라는 거에요.”
“주한미군 주둔을 계속해서 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어요. 주둔비용은 100%를 요구하면 주는 것이 좋다…”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과 관련해 달라스 한인사회 주요인사들 앞에서 신경수 사무총장이 한 발언이다.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밀고 있는 주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2019년 11차 SMA 협상 때 당시 한국의 주한미군 연간 분담금을 1조389억 원에서 6조9000억 원으로 증액할 것을 요구하며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
트럼프의 이러한 행보는 지금도 여전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월 30일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우리가 보낸 4만 명의 병력에 대해 거의 한 푼도 내지 않았다”며 정권을 잡을 경우 한국에 분담금 증액 압박을 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신경수 사무총장의 주장은 트럼프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그 이유가 ‘우리 국익을 위해서’란다. ‘우리’가 어느 나라인지 모호할 따름이다.
먼저 언제부터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내기 시작했는지 알아보자.
미군이 한국땅에 주둔한 건 1945년 해방 이후다. 한국 전쟁이 끝난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로 미군 주둔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1966년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소파. SOFA)이 체결됨으로써 주한미군의 법적 지위가 명문화됐다.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소파. SOFA)에 따르면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낼 필요가 없다.
소파 5조는 “한국은 미군에게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미국 군대 유지에 필요한 모든 경비는 미국이 부담한다”고 명시, 주한미군의 운영과 유지비 모두를 미국이 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왜 한국은 분담금을 내게 된 것일까. 1980년대 극심한 경제 침체와 불황을 겪은 미국은 1991년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을 체결, 미국이 전액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운영유지비 일부를 한국에 떠넘겼다. SOFA 규정에 따라 주한미군 운영유지비를 한국에 부담시킬 수 없자 특별(Special)이란 이름으로 별도의 협정을 마련한 것.
미국이 주둔하면서 주둔비를 받는 나라는 한국과 독일, 일본이다. 독일과 일본은 전쟁 후 재건과정에서 재침략을 막기 위한 목적을 띠고 있다. 전범국에 대한 방어기제인 셈이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전범국이 아닌 피해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1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에 지불한 방위비 분담금은 18조원에 이른다. 2차대전 전범국 처우 규정과 한미소파협정대로라면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요구는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부당행위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분담금 요구가 잘못된 이유는, 미국이 자국 군인을 한국에 주둔시키는 이유가 한국을 지키려는 목적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은 한국 방위를 위한 ‘붙박이 군대’가 아니라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경제·정치·군사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이는 2006년 한미간 합의한 ‘전략적 유연성 합의’로 더욱 분명해졌다. ‘전략적 유연성’은 2001년 9.11 테러참사 이후 미국이 강력히 추진중인 군사전략이다.
2006년 합의에서 미국은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세계 주둔 미군이 특정지역에 얽매이는 ‘붙박이 군대’가 아니라 기동성과 신속성을 갖춘 기동타격대 성격으로 전환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력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키로 했다고 공표했다.
이쯤되면, 한국은 미국에게 분담금을 내야 할 게 아니라 토지 사용료를 받아도 부족하다.
“우리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100% 다 줘도 그게 우리 국익에 더 남는 장사”라는 신경수 사무총장의 발언이 궤변인 이유다.
3. “채상병 사건은 그거, 정치가 껴들어서… “
신경수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외압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채상병 순직 사고’에 대해서도 말도 안되는 논리을 늘어놨다.
‘채상병 순직 사고’에 대해 “저는 보수인데요”라는 말로 시작한 신경수 사무총장은 2022년 7월 개정된 군사법원법을 ‘진보의 논리로 만들어진 법’이라고 폄훼하며 “채상병 사건이 그거”라고 주장했다.
참고로 개정 군사법원법은 군인 사망사건의 수사권을 민간 수사기관, 즉 대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청 또는 해양경찰청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수사와 기소를 독점한 군 사법기관에서 성폭력 범죄, 군인 사망사건 등 많은 의혹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개정조치다.
“경찰이, 민간인이, 군인을 조사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거에요. 경찰이 대대 안으로 와서 병사들 보는 앞에서 대대장을, 중대장을, 연행해 갈 수 있어요. 그러면 그 대대장이 지휘하겠어요? 진보의 논리로 그런 법들이 만들어져서… 채상병 사건이 그거에요.”
“안전사고로 병사가 죽었는데 사단장을 처벌해야 한다는 거에요. 그걸 장관이 ‘이건 아닌 것 같다’ 했는데 그게 ‘불법적인 간섭이다’ 해서 지금 청문회를 하느니, 특검을 하느니 하는 거에요.”
“사망자가 나오면, 잘못됐으면 잘못된 사람 처벌하면 되는 거에요. 그런데 그거를 도의적인 책임, 쉽게 얘기하면 정치적인 책임으로 해 가지고, 저~ 높은 사람을 수갑 채우겠다, 그건 아니라는 거지.”
“지금 뭐냐면 정치가 껴 들어 가지고 어떻게 하면 대통령이 잘못했다, 어떻게 하면 국방부 장관이 잘못했다, 어떻게 하면 사단장이 잘못했다 하는 거를 끌어 내기 위해서 야당은 공격하고 여당은 방어하고 그런 상황들이 발생이 되고 있는 게 가장 큰 안타까움이고 …”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은 신체건강한 20대 해병대 청년이 사단장의 잘못된 지시로 구명조끼 하나 없이 실종자 수색작업 나섰다가 사망한 사건이다.
박정훈 수사단장 휘하의 해병대 수사단이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연루됐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윤대통령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중대한 사법 방해를 목적으로 한 거부권 행사는 탄핵 청구에 인용될 수 있다.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위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탄핵 요구의 빌미가 될 여지가 있다.
이 사건이 단순한 ‘군대 안전사고’가 아닌 이유다. 야당과 국민들이 ‘채상병 특검법’을 요구하는 요구하는 이유다.
채상병 사건과 관련한 신경수 사무총장의 발언 중 팩트에 기반을 둔 말은 없다.
단 한 문장은 예외다. “잘 못 됐으면 잘못된 사람 처벌하면 된다”는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요구하는 ‘채상병 특검’은 ‘잘못한 사람을 제대로 처벌하자’는 외침이다. 무고하게 죽임 당한 희생자에 대한 예우다. 유가족들의 당연한 권리다.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다.
이를 정치적 계산이나, 보수 혹은 진보의 이념 논쟁처럼 몰고 간 신경수 사무총장의 발언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여론 호도에 불과하다.
최윤주 기자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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