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물체의 파동이다. 생명 없는 사물도 소리를 낸다. 바람소리, 파도소리, 천둥소리, 기계소리, 물소리, 박수소리 등 우리 귀에 들리는 대부분 소리가 그렇다.
소리에는 의미가 담겨있다. 바람소리가 크면 자연재해의 위협이 있고, 이상한 기계소리는 비정상적인 작동을 알린다. 같은 박수소리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진다.
사물 뿐 아니다. 사람에게 나는 소리도 마찬가지다.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한숨소리 속에, 부지불식간에 내지르는 비명소리 속에, 갓난아이의 숨막히는 울음소리 속에 각기 다른 원인과 이유가 있다.
소리만으로 의미를 알 순 없다. 기계소리만 듣고 원인을 알아내는 숙련된 기술자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말’을 ‘소리’라 부른다.
말과 소리는 다르다. 소리에 의미가 더해져 약속된 체계를 갖출 때 ‘말’이 되고 ‘언어’가 된다.
우리 말에 소리가 붙으면 부정적인 뜻이 강하다. ‘의미’ 때문이다.
헛소리, 볼멘소리, 허튼소리, 별소리, 군소리, 입에 발린 소리 등이 대표적이다. 말이 말로서 대우받지 못하는 ‘소리’들이다.
지난 21일(화) 달라스를 방문한 한미동맹재단 신경수 사무총장이 한인사회 주요 인사들을 앞에 두고 ‘안보강연’을 실시했다.
30분 남짓한 시간동안 그는 미 육군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사드배치로 생존권을 위협받은 성주 주민들을 ‘있지도 않은 전자파’ 때문에 “죽는다고 데모”한 사람들로 폄훼했다.
주한미군 분담금과 관련한 내용에서도 “주한미군 주둔 비용 100%를 다 줘도 그게 우리 국익에 훨씬 더 남는 장사”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무엇보다 기가 막힌 내용은 채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한 발언이다.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진 중차대한 사건을 두고 신 사무총장은 “정치가 끼어 들어서 높은 사람을 수갑 채우겠다는 것”이라고 호도했다.
말은 사람과의 교류다. 말이 ‘소통’이라는 중심을 잃으면 ‘소리’가 된다.
‘소통’에 실패한 말은 말로서 대우받지 못한다. 그냥 ‘소리’다.
사드 배치 논란, 주한미군 분담금 현황, 채상병의 안타까운 죽음 등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안타까운 사안에 대한 신경수 사무총장의 발언은 달라스 한인들의 정치적 견해와 판단력을 무시한, 대우받지 못할 ‘소리’에 불과하다.
말이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는 듣는 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의 결여에서 나온다. 그의 강연이 매우 언짢은 이유다.
최윤주 발행인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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