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국금지됐다, 상담 원하면 9번”
- “국제금융사기 연루”“출국금지”등 자극적 협박 전화
- 대사관·영사관 사칭, 은행계좌와 주민등록번호 요구
한인타운에서 자영업을 하는 제이슨 김씨는 최근 주미 한국대사관 직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재산이 몰수될 수 있다는 황당한 협박성 전화를 받았다.
김씨가 국제금융사기에 연루되어 있어 체포될 수 있다며 은행계좌 번호까지 말하라는 것이었다.
김씨는 “대사관 직원이라는 사람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9번을 누르면 민원영사와 상담할 수 있다고 했지만 3초간 말이 없어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뉴욕에 거주하는 최모씨는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며 총영사관 경찰 영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
최씨는 “한국 정부로부터 출국금지를 당했으니 9번을 눌러 주미 한국대사관 담당자와 통화하라고 해 9번을 누르니 한국서 파견된 경찰이라는 남성이 나와 통화했다”며 “경찰이라는 이 남성이 은행계좌와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해 묻는 요구가 의심스러워 전화를 끊고 뉴욕 총영사관에 문의한 끝에 보이스피싱을 확인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근 미 전역에서 주미 한국대사관이나 총영사관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시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갈수록 범행 수법이 교묘하고 대담해지고 있어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들은 유학생들은 물론이고 한인 노인들과 주부 등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전화를 걸어 한국어로 대사관 직원을 사칭하고 한국 검찰을 들먹이며 은행계좌나 신상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대사관이나 총영사관 직원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시도가 최근 미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자 한국 외교부까지 나서서 보이스피싱 주의보를 내렸다.
LA·애틀란타·뉴욕 등 미주지역 재외공관들은 “미주지역 한인 유학생과 재외국민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주미 대사관이나 총영사관 직원이라고 소개한 뒤 출국금지 또는 국제범죄 등에 연루됐다며 개인 신상정보를 요구하는 사기범죄 신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영사관 사칭 보이스피싱 주의 안내’ 공지를 통해 한인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최근 보고되고 있는 보이스피싱 시도는 주미대사관이 있는 워싱턴 DC 지역번호인 202번으로 시작되는 전화번호를 사용하고 있어 한인들의 의심을 피하고 있다”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재외공관에서 밝힌 안내공지에 따르면 “대한민국 영사관 소속이라고 밝힌 이들은 ‘출국금지’ ‘국제범죄 연루’ 등 자극적인 내용의 협박으로 자동응답 기능을 사용하여 ‘9번’을 누르게끔 한 후 담당관을 연결되면 개인인적사항 및 금융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정부기관은 개인 금융정보를 전화 또는 온라인으로 묻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보이스피싱 시도는 당장 벌금을 내지 않으면 체포될 수 있다고 협박을 한 뒤 은행계좌 정보를 빼내 돈을 가로채는 전형적인 전화금융사기 수법이거나, 국제범죄 연루를 들먹이며 신상정보를 빼내려는 시도가 많다.
현재 피해 현황에 따르면 △우체국이나 페덱스 혹은 DHL 등 피해자 이름으로 발송된 우편에 위조된 여권이나 신용카드가 발견돼 경찰조사를 받아야 한다 △금융사기 등 국제범죄에 연루됐다 △출국금지를 당했다는 등의 여러 이유를 대며 신상 및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 기관사칭, 발신번호 조작 등 보이스피싱의 특징
▷ 주요기관을 사칭한다 : “OO 대사관의 OOO 입니다”“OOO 경찰청의 OOO 입니다”“OOO 총영사관의 OOO 입니다”. 사기범들은 검찰이나 경찰 등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을 사칭해“개인정보가 노출이 됐다”“범죄에 연루됐다”“자녀가 납치됐다”는 등의 거짓 사실로 피해자의 심리를 불안하게 한다.
▷ 발신번호를 조작한다 :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실제번호가 발신번호창에 나타나도록 조작해 피해자를 안심시킨 뒤 현금입금 등을 요구한다.
▷ 유창한 한국어와 전문용어를 구사한다 : 초기에는 대다수 사기범들이 어눌한 말투를 사용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유창한 한국어와 전문용어 사용, 피해자를 혼란스럽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