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살아가는 한인 2세와 유학생에게 ‘병역문제’는 피할 수 없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태어나 단 한번도 한국 땅을 밟은 적 없는 한인 2세조차 미국 군대가 아닌 한국 군대 문제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현행 한국의 국적법과 병역법이 그렇다.
재외동포 2세 선천적 복수국적자를 ‘병역 기피자’로 취급하는 현행 병역업이 바뀌지 않는 한 대처방법은 단 하나다. 아는 게 힘, 법의 테두리를 제대로 숙지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주달라스출장소(소장 도광헌)가 북텍사스 한인 동포를 위한 ‘병역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설명회는 병무청이 직접 주관해 실시됐다.
지난 19일(화) 주달라스출장소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병역 설명회’는 대한민국 병무청 이기식 병무청장과 국외자원관리과 최정효 과장 등 관계자들이 직접 참석, ‘병역법’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설명회에 앞서 이기식 병무청장은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들이 병역 이행에 대한 궁금증과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개괄적 병역제도 소개로 시작한 병역 설명회는 △국외여행허가제도 △병역 의무자 여권 발급 △국적과 병역 의무 △입영희망원 제도 등 4가지 주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설명회는 병무청 국외자원관리과 최정효 과장이 직접 맡았다. 병역의무와 관련한 연령은 연도를 기준으로 하는 ‘연나이’를 이용, 회계연도(2024년)에서 출생연도를 뺀 숫자를 의미한다.
병역제도 설명회 주요 내용 요약
△국외여행허가제도 = 대한민국 병역 의무자는 24세가 되는 해 12월 31일까지 자유롭게 국외여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25세 이상의
만 24세 이전에 한국을 떠나 외국에 체류하는 유학생 등의 병역 의무자는 만25세가 되는 해 1월 15일까지 ‘국외여행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만일 ‘국외여행 허가’를 받은 사람이 허가 기간 내에 한국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경우 허가기간 만료 15일 전까지 기간연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최소 24세(4년제 학사)에서 최대 28세(박사과정)까지 국외여행허가를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선천적 복수국적자이거나, 17세 이전까지 1년중 한국 거주기간이 90일을 초과하지 않은 ‘재외국민 2세’는 24세부터 25세가 되는 해 1월 15일 사이에 재외공관을 통해 ‘국외이주’ 사유로 국외여행허가를 받아야 한다.
단, 영주권이나 시민권 등을 기반으로 ‘재외국민 2세’로 인정받아 37세까지 병역 연기를 받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국에 입국해 1년에 6개월 이상 체류하거나 취업과 같은 경제활동을 할 경우 병역연기가 취소되고 병역의무가 부과된다.
△ 병역 의무자 여권 발급 = 2021년 1월부터 병역 의무를 완료하지 않은 병역 미필자도 ‘국외여행 허가’ 여부와 무관하게 5년 유효기간의 복수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국외여행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다. 병역 미필자에 대한 기존 병무청의 국외여행허가 제도는 계속 유지되므로 병역 미필자들은
국외여행 및 국외에 체류하고자 할 때 미리 병무청장의 허가를 꼭 받아야 한다.37세가 되는 해 마지막 날까지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병역 미필자의 경우는 기존과 같이 10년 복수여권 발급이 가능하다.
△ 국적과 병역 의무 = 미국에서 출생 당시 부모 중 한 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 미국 시민권과 한국 국적을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를 선천적 복수국적자라 칭한다.
남성의 경우 출생에 의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라 할지라도 한국 국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예외없이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따라서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늦어도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까지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해야 병역의무에서 자유로워진다.
이 시기를 놓칠 경우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를 승인받거나 군대에 다녀오지 않는 한 38세가 되는 해 전까지 국적이탈을 할 수 없다.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를 승인받기 위해서는 기한 내에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못한 선천적 복수 국적자로서 △외국에 주소를 두고 있어야 하고 △국적이탈을 하지 못함으로써 ‘중대한 불이익’이 예상되는 경우를 증명해야 한다. △외국에서 출생한 후 한국에 입국한 적이 없어야 하고 △대한민국 국민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상당기간동안 누리지 않았어야 한다. 또한 △사회 통념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로 국적이탈을 하지 못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 영주권자의 입영희망원 제도 = 국외에서 영주권을 취득하거나 국외이주 사유로 국외여행 허가를 받은 사람이 군 입대를 희망할 경우 본인이 직접 징병검사일자, 장소 및 입영일자를 선택하여 원하는 시기에 대한민국 군대에 입영할 수 있는 제도다.
군 복무기간 중 정기휴가를 이용하여 거주 국가를 방문하고자 할 경우 출국과 귀국을 보장하고 방문에 소요되는 왕복 항공료 등 여비를 국가에서 지급한다.
‘영주권자 등 입영희망 신청자 제도’를 처음 도입한 2004년 38명에 불과했던 희망자는 2020년 704명, 2021년 711명, 2022년 678명 등으로 늘어 2023년 기준 총 8,000명이 넘는 영주권자가 한국에서 병역 이행을 했다.
자자손손 적용되는 한국 병역문제 “미주 한인들, 반드시 내용 숙지해야”
병무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일시 체류 중이거나 영구 이주해 살고 있는 국외 병역자원은 11만 4,294명에 달한다.
병역 이행과 관련해 도움이 필요하거나 정보의 필요성을 느끼는 재외국민수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선천적 복수국적자를 자녀로 둔 많은 한인들이 만 18세 3월 31일이 되기 전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병역의무가 생긴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19일(화) 열린 병역 설명회가 끝난 후 참가 한인들의 질문이 쇄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인은 “법 개정이 없는 한 미주 한인들은 자녀와 손주에 이르기까지 병역법과 국적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이번 병역설명회를 통해 개인적인 의문까지 해소할 수 있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최윤주 기자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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