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 주택 구입난에 갈수록 고령화
주택 구입자의 나이가 어느새 50대에 성큼 다가 서고 있다.
인터넷 경제 매체 마켓워치가 도이치 뱅크의 조사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 주택 구입자의 중간 나이는 47세로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1981년 조사 당시 불과 31세로 파릇파릇했던 주택 구입자의 나이가 최근 10년 사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구입자 고령화는 10여 년 전 발생한 경기 침체의 여파로 젊은 층의 주택 구입이 단절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도이치 뱅크의 자료에 따르면 주택 구입자의 나이는 93년 한때 약 42세까지 치솟았지만 97년쯤 경제가 호전되면서 다시 약 35세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2010년~2011년 경 40세를 넘긴 주택 구입자의 나이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최근 47세로 다시 고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젊은 층이 주택 구입지로 선호하는 도심 지역에서의 주택 구입자 고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도심 지역은 주택 가격이 비싼 데다 매물은 턱없이 부족해 젊은 층이 주택 구입을 꿈도 꾸지 못하는 지역이 된지 이미 오래다.
부모 세대인 베이비 부머 세대도 자녀들의 주택 구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집에서 은퇴하고 여생을 보내는 트렌드가 베이비 부머 세대 사이에서 자리 잡으며 매물 부족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 중이다.
집을 팔고도 마땅한 집을 구하기가 힘든 베이비 부머 세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불똥은 젊은 층 구입자들에게 떨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기를 지나는 동안 주택 건설 업체들이 젊은 층 구입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가 주택 분양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젊은 층의 주택 구입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주택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선 2012년 이후 주택 공급은 지금까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매물 부족에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연 소득이 적어도 10만 달러는 넘어야 한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의 집계에 의하면 주택 구입자의 평균 연 소득은 약 9만 3,000달러를 넘어섰다. 매물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으면 가구 중간 소득인 약 6만 1,937달러의 두 배를 넘는 것도 시간문제다.
젊은 층의 주택 구입을 가로막는 요인이 한 가지 더 있다. 학자금 상환 부담에 짓눌려 안타깝게도 인생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내 집 마련은 꿈도 꾸지 못하는 젊은 층이 상당수로 조사됐다.
교육 재정 관련 비영리 단체 ‘미국 학생 지원’(American Student Assistance)과 NAR이 2017년 공동 실시한 조사에서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 중 약 83%가 학자금 융자로 인해 주택 구입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이 같은 답변은 1980년~1989년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에서 특히 많았다.
학자금 융자로 인해 밀레니엄 세대의 주택 구입 마련 시기는 약 7년 지연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자금 융자 부담에 따른 개인 재정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밀레니엄 세대도 크게 늘고 있는데 주택 구입 시기를 지연시키는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택 구입 시기 지연으로 인한 파급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내 집 마련은 지금의 베이비 부머 세대처럼 노후 자산을 마련하는 중요한 발판임에도 불구하고 구입 시기가 지연될 경우 은퇴 후 재정 상황에 상당한 여파가 우려된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