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웃고, 사람은 굶는다
소비자물가지수, CPI.
미국정부와 언론은 이 지표를 “소비자가 실제로 구매하는 삶의 가격”이라 부른다. 말은 정직하다. 문제는 그 숫자가 말하지 않는 것들이다.
지난 9월 기준, 물가는 3% 올랐다. 한 해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 상승은 멈추지 않고 누적되어 왔다. 지난 5년, 물가는 약 30% 뛰었다.
그 사이 임금은 어떠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월급은 그 자리에 묶여 있다. 시간은 흘렀지만, 생활은 앞으로 가지 못했다.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그대로라는 말은 어쩌면 너무 점잖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살아갈 권리가 아주 천천히 깎여 나가고 있다.
밥상 위의 쌀값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 전기, 집세, 병원비. 숨 쉬는 데 드는 비용까지 함께 오른다. 상호 관세로 인해 미국 가정 한 곳당 약 1,200달러의 추가 부담이 생겼다는 분석도 있다.
정책은 숫자로 설계되지만, 그 숫자는 결국 한 가정의 저녁 식탁 위로 떨어진다. 그리고 그 식탁 앞에는아이와 부모가 함께 앉아 있다.
사람들은 묻는다.
“그래도 경기는 좋아진 거 아니야?”
언론은 답한다.
“GDP가 올랐습니다. 이번 분기 3% 상승입니다.”
맞다. 숫자는 올랐다. 그러나 그 상승의 이유를 들여다보면 웃음은 오래가지 않는다. 관세로 물가가 오를 것을 예상한 기업들이 수입 물량을 미리 대거 늘렸고, 그 결과 GDP는 일시적으로 부풀려졌다.
숫자는 성장했지만, 삶은 그만큼 나아지지 않았다.
GDP는 말하지 않는다. 그 성장이 누구의 주머니로 흘러갔는지를. 부자는 더 부자가 되었고, 중산층과 서민은 더 가벼워진 지갑을 들고 내일을 계산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가 상승은 ‘불편’이 아니다. 그것은 선택지를 앗아가는 일이며, 어떤 이들에게는 형벌에 가깝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모든 가격이 오른다.그래서 하나씩 포기하게 된다.외식, 치료, 휴식,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까지.
현재 실업률은 4.4%. 숫자만 보면 안정적이다. 그러나 같은 시간, 제조업 일자리는 약 5만 4천 개가 사라졌다. 기업들은 가격 인상 대신 고용 축소를 택했다. 사람을 줄이는 것이 책임을 나누는 것보다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어쩌면 오래된 이야기와 닮아 있다. 광야에서 사람들은 매일의 양식을 기다렸고, 하늘에서 떨어진 만나를 저울에 달아 나누었다. 많이 거둔 자도 남지 않았고, 적게 거둔 자도 모자라지 않았다.
그 질서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었다. 필요였고, 서로를 향한 책임이었다.
지금의 경제는 저울은 들고 있지만 무게를 재지 않는다. 숫자는 정밀하지만, 사람의 배고픔은 계산하지 않는다.
광야에서는 하루치 이상을 쌓아두면 썩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오늘의 시스템에서는 쌓을수록 안전하다고 말한다. 축적은 미덕이 되었고, 결핍은 개인의 실패가 되었다.
문제는 풍요가 아니라 방향이다. 곡식이 사라지지 않는 사회라면, 그곳의 풍요는 이미 목적을 잃은 것이다.
이 모든 상황 속에서 정책은 “관리되고 있다”고 말하고, 지표는 “양호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거리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다르다.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이 경제가 누구를 위해 작동하고 있는지를.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숫자만 말하게 하면, 진실은 침묵한다.
지금의 경제는 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선별적으로 살찌고 있다. 그리고 그 그림자 속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더 가난해지고 있다.
[Unplugged] Jude Kim
김준홍의 Unplugged는 필자가 운영하는 3지역(덴버/버지니아/달라스) 언론사에 게재됩니다.1년6개월만에 다시 시작된 Unplugged 에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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