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주 기자 = 코리아 타임즈 미디어]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취업비자(H-1B)에 대해 신규 신청 수수료 10만 달러 부과와 추첨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미국 기업과 이민 사회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특히 H-1B 추첨 방식을 고소득자 위주로 전환하는 새 규정안이 시행되면 연소득이 낮은 신청자의 당첨 확률은 사실상 반토막 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1B 비자, 고소득자 위주 추첨제 전환 예고
H-1B 비자는 전문직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비자로, 매년 6만5,000개 일반 쿼터와 미국 석·박사 학위 소지자에게 추가로 2만 개가 배정된다.
배정된 수보다 신청자가 초과하면 지금까지는 모든 신청자가 동등한 확률로 당첨되는 무작위 추첨을 실시했다.
그러나 국토안보부가 최근 공개한 규정안(NPRM)은 노동부가 정한 4개의 임금기준 레벨을 적용해, 소득 수준에 따라 추첨 기회 수를 다르게 부여하는 방식이다. 입문직이거나 저소득자인 레벨 I은 추첨기회 1번, 레벨 II는 2번, 레벨 III은 3번, 고위직이거나 고소득자인 레벨 IV는 4번의 추첨기회를 갖는다. 즉, 고소득·고위직 지원자는 네 장의 복권을 들고 추첨에 참여하는 반면, 유학생·초년 경력자는 한 장만 갖는 구조다.
미국 대학 졸업 유학생과 미국 내 스타트업 기업의 취업생 다수가 레벨 I·II에 속한다는 점에서 현장의 충격이 크다.
미국정책재단(NFAP) 분석에 따르면 레벨 I은 15.3%, 레벨 II는 30.6%, 레벨 III은 45.9%, 레벨 IV는 61%의 당첨확률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레벨 I 신청자 약 1만1천 명이 탈락하고, 고임금 지원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셈이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번의 회계연도 동안 유학생의 90%가 레벨 I·II 범주에 속했다.
기업 측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내 신규 H-1B 승인 기업의 절반 이상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다. 이번 규정이 대기업 고위직에 유리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이유다.
규정안은 30일간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뒤 최종 확정되며, 빠르면 2026년 추첨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H-1B 신규 신청에 10만달러 수수료 부과
국토안보부가 공개한 이번 규정안은 대통령령(Proclamation) 기반의 신규 H-1B 신청 10만 달러 수수료 조치에 이어 나온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월 21일부터 신규 H-1B 신청에 10만 달러 수수료를 부과했다. 기존 2,000~5,000달러 수준이던 비용이 20배 이상 폭등한 셈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대형 IT기업과 JP모건체이스, 월마트 등 주요 은행·기업들이 직접적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H-1B 신청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인도 정부는 “가족 단위 생활의 파괴 등 인도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수수료 시행 직전에는 기존 비자 소지자들이 출국을 미루는 혼란이 빚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 경제 전반에 ‘두뇌 유출(brain drain)’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첨단산업과 금융업계의 핵심 인력 확보가 어려워져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직 한인 인력 채용에 먹구름
한인 사회에도 여파가 예상된다. 미국에는 다수의 한인 유학생이 있으며, 상당수 1세대 한인들이 H-1B 비자를 통해 체류 신분을 유지하고 이후 취업 영주권을 취득해왔다. 그러나 이번 제도 변경으로 한인 유학생들의 미국 내 취업 기회가 줄고, 체류 중인 한인 전문직 종사자들의 영주권 취득 과정도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중소규모 한인 업체들은 10만 달러 수수료 부담과 고임금 우선 추첨제도로 인해 한국어 사용에 능통한 인재 채용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노동부는 H-1B 고용이 자국민 고용을 해치지 않도록 임금 수준과 근로조건을 보장하는 절차가 이미 마련돼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H-1B 비자가 집중된 직종의 실업률은 20년 가까이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법적 공방 가능성 제기…외국인 전문인력 유입 위축
법적 공방 가능성도 존재한다. 일부 이민 변호사와 단체는 이번 추첨제 개편이 현행 이민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1년에도 유사한 제도를 추진하다 법원의 제동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의견수렴과 소송 가능성 등 변수에 따라 최종 시행과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전문직 취업비자(H-1B) 추첨제도 변화와 폭탄급 수수료 부과는 외국인 전문인력 유입을 크게 위축시킬 전망이다.
최윤주 기자 editor@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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