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데스크 칼럼 [최윤주 칼럼]“다음 참극을 기다리겠습니까?”

[최윤주 칼럼]“다음 참극을 기다리겠습니까?”

by admin

 

“굿 나잇(Good Night)”

지난 24일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사건의 범인 샐버도어 라모스가 교실에 들어선 후 교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기 전 내뱉은 말이다.

10대 청년의 달콤한 인사는 끔찍한 살인극의 신호였다. 18살의 ‘성인’ 딱지는 그에게 총기 구입의 자유를 허락했고, 꽃다운 나이를 살아야 할 청년은 채 피지도 않은 어린 아이들을 향해 광란의 살인극을 벌였다.

100발이 넘는 총알이 아이들의 목숨을 삼켰다. 불과 몇 분만에 벌어진 일이다. 최소 21명이 목숨을 잃었고 17명이 총상을 입었다. 2명의 교사 외에 모두 어린 아이들이다.

학교와 가정은 안전의 최후 보루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장소에서 희생됐다.

끔찍스러운 건 학교 총기 난사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사실이다. 올해 들어서만 네번째다. 2월 1일엔 버지니아주 브리지워터 대학교에서 총격사건이 일어나 경찰 1명을 포함해 2명이 사망했고, 3월 4일엔 캔자스주 올라스 이스트 고등학교 재학생 1명이 교내에서 총격사건을 벌여 3명이 부상을 입었다. 4월 22일엔 워싱턴DC 사립학교 에드먼드 버크 스쿨과 초근접한 아파트 창문에서 20대 남성이 학교와 거리를 향해 총기를 난사해 4명이 크게 다쳤다.

학교 밖 총격은 더 경악스럽다.

미국내 총격사건 데이터 베이스를 제공하는 ‘총기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5월 한 달동안 전국에서 벌어진 총기난사사건은 62건이다.

그중 메모리얼데이 연휴가 시작하는 5월 27일(금)부터 30일(월)까지 나흘간 전국에서 17건의 총기 난사사건이 있었다. 불과 4일만에 13명이 죽고 80명이 다쳤다. 롭 초등학교 총격참사가 일어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8명의 사상자를 낸 오클라호마 축제 총기난사도 이 중 하나다.

2022년 1월 1일부터 5월 30일까지 집계된 총기난사(Mass Shooting) 사건은 총 231건이다. 하루 평균 1.55건의 총기난사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교회·벼룩시장·관광명소·경기장·슈퍼마켓·축제현장·학교 등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전체 총기난사사건 중 4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대량 살상(Mass Murder)은 11건이다. 11건의 총격만으로 76명이 죽고 36명이 다쳤다.

개탄스러운 건 참사에 기생하는 ‘가짜뉴스’다. 유밸디 초등학교 총격범의 신원이 공개되자 인터넷과 쇼셜미디어에는 그가 ‘불법체류자’ ‘트랜스젠더’ ‘좌파’라는 거짓 게시물이 확산됐다. 심지어 “총격범의 정체”라며 트렌스젠더 여성의 사진이 퍼져 실제 사진의 주인은 소름돋는 위협에 직면해야만 했다.

끔찍한 총격사건 위에 더해진 가짜 뉴스는 본질을 가리고 이민자·소수인종·성소수자·사상·국적·장애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부추켜 또 다른 범죄의 온상이 된다.

“총이 문제가 아니라 악이 문제다. 총을 든 나쁜 사람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총을 든 좋은 사람이다.”

이번 사건을 ‘총기 보급’의 근거로 삼는 어이없는 이 발언은,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격사건이 벌어진 지 불과 사흘 뒤 미국 총기협회 총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대규모 총격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참극을 홍보수단으로 삼아 온 게 미국총기협회이고 이들의 지원을 받는 게 공화당이니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최근 미국 언론에 카툰 하나가 올라왔다. 미국 지도 위에 그려진 박스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이 시스템은 업데이트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금 하시겠습니까? 다음 참극을 기다리겠습니까”

선거철이다. 텍사스는 조지 W. 부시 전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를 지낸 1995년 이후 30년동안 공화당 정권이 장악하고 있다. 텍사스를 ‘총기 자유의 주(State)’로 만든 공화당의 뿌리깊은 총기 옹호문화가 이번 선거를 통해 심판을 받을 수 있을 지 자못 궁금하다.

시스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변화가 없는 한 참극의 피해자는 결국 돈과 표에 목숨이 담보 잡힌 힘없는 서민이 될 뿐이다.

 

 

 

[KoreaTimes Texas] 최윤주 기자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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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주 칼럼] 제발 ‘교포·교민’이라 부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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