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없다. 이번 총선에서도 750만 재외동포의 목소리를 대변할 국회의원 후보는 단 한 명도 없다.
4월 10일(수) 총선을 앞두고 3월 18일(월. 한국시간) 각 당에서 비례대표 후보명단을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외교부 산하기관으로 재외동포청이 출범했던 터라 해외동포사회는 재외선거 시작 12년만에 처음으로 재외동포 몫의 비례대표 의원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재외동포 목소리를 대변할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없었다.
재외동포를 대변할 국회의원의 필요성이 제기된 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12년 재외국민선거가 실시된 이후 한국 정계 관계자들이 재외 한인사회를 방문할 때마다 우려먹던 단골메뉴이기도 했다.
허나 2012년 제19대 총선 이후 4번의 국회의원 재외선거를 치르는 동안 각 당은 재외동포 비례대표를 국회에 내보낼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당 관계자들이 핑계와 변경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저조한 재외선거 참여율’이다.
과연 ‘참여율’이 문제일까. 단언컨대, 재외선거 참여율 저조의 원인은 선거제도에 있지, 재외국민에 있지 않다.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달라스 재외투표소 제1호 투표자는 캔자스에서 온 송영록 씨였다. 그가 거주하는 캔자스 주 로렌스는 달라스에서 자동차로 9시간 30분 걸리는 곳이다. 왕복 19시간 거리를 달려 달라스를 찾은 이유는 단 하나, 투표를 하기 위해서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제20대 대통령 재외선거 공식집계에 따르면 유권자로 신고·신청한 재외 유권자는 22만 6,162명이었다. 전체 추정 재외선거권자 230만명의 10%도 되지 않는 미흡한 숫자다.
그러나 전체 투표율은 71.6%를 기록했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재외공관이 가까워 편하게 투표를 했겠지만, 재외국민 투표율 75.3%는 한인 회사원들이 직장을 쉬고, 유학생들이 수업에 불참하고, 자영업자들이 가게문을 닫아 걸고 만들어낸 성과다.
대통령 선거에 비해 총선 투표율이 낮은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재외국민 선거는 있는데, 재외국민들이 뽑을 대표가 없다.
국회의원 선거는 나를 위해, 동네를 위해,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투표다. 하지만 750만 해외 거주 국민들을 대표할 후보는 어느 당에도 없다. 재외국민들을 대변할 후보도 내지 않으면서 ‘저조한 선거참여’를 운운한다. 언어도단이고 적반하장이다.
전체 추정유권자가 230만명이라면 230만명이 투표할 수 있는 여건 또한 만들어져야 한다. 후보도 없고, 투표소도 제대로 없는데, ‘저조한 선거참여’라는 단어를 내뱉는 것 자체가 재외동포사회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내는 일이다.
국제경쟁사회에서 재외국민은 국력이자 자산이다.
750만 재외동포를 대변할 비례대표 공천은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더 이상 230만 재외국민 유권자에게 후보없는 투표용지를 내밀지 말라. 후보없는 선거는 없다.
최윤주 대표·발행인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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