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이후 8만여명, 한국 국적상실 미이행…신고 ‘의무조항’
2005년 이후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으나 한국국적 상실 신고를 하지 않은 한인이 8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법무부와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이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과 시민권 획득 후 대한민국 국적 상실을 신고한 사람의 숫자는 8만 2754명이 차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권을 따고도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은 한인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한국은 원칙적으로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다. 국적법 제15조 1항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진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는 그 외국 국적을 취득한 때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고 적시한다.
미 시민권을 획득한 한인이 한국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않아 외형상 이중 국적을 가지고 있어도 실상은 시민권을 취득한 날로부터 한국 국적을 상실한다.
문제는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이 재외공관에 신고하기 전까지 한국 정부에서는 외국 국적 취득 사실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전적으로 자진신고에 의존하다보니 시민권 획득 사실을 숨기고 복수국적을 유지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법 규정이 없고, 편법 이중국적자 현황을 파악할 방법도 없다.
외국 국적을 취득할 경우 한국 국적 상실 신고가 의무사항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알면서도 한국 국적을 유지하는 이유는 의료보험 혜택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한국사회에 논란이 된 재외동포 건강보험 ‘먹튀’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국에서 국적상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국가건강검진’혜택까지 받고 돌아오는 한인들의 행태는 해외 한인사회에서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 달라스 출장소는 시민권을 취득했을 경우 국적법에 따라 한국 국적을 정리할 것을 권한다.
주 달라스 출장소 조범근 영사는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병역문제나 재산 상속, 혼인신고 등 뜻하지 않는 상황에서 불이익과 불편을 받을 수 있으니 반드시 상실 신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적상실 신고 미이행으로 불이익을 받는 대표적인 사례는 병역이다. 어릴 때 미국으로 와 18세에 시민권을 취득했던 30대 한인 남성이 올 2월 한국을 방문했다가 병역 미필로 출국금지를 당했던 이유도 국적상실 신고 미이행 때문이었다.
2018년 주 달라스 출장소 민원처리 현황에 따르면 관할지역 한인들의 국적 상실신고는 494건이었다. 2017년 대비 201건 증가한 수치다.
조범근 영사는 국적이탈자 급증은 ‘재외동포비자 제도 변경’에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에 재외동포법이 개정되면서 병역의무를 해소하지 않은 재외동포가 2018년 5월 1일 이전까지 한국 국적을 이탈 또는 상실하지 않을 경우 만 41세가 되는 해까지 재외동포 비자발급에 제한을 두었던 것.
재외동포 비자 취득을 위한 국적이탈은 비단 2018년 한 해에 국한되지 않는다.
주 달라스 출장소 관할지역 내 국적상실 신고의 가장 주된 요인이 재외동포 비자 신청이다. 재외동포비자는 외국 국적을 취득한 한인 동포를 위한 특별비자로, 한국에서 거의 모든 취업활동이 허용된다.
국적상실을 신고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선천적 복수국적’ 자녀의 국적이탈과 연관이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남성의 경우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31일까지 국적이탈을 신고해야만 병역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부모의 해외 영구거주 의사를 밝혀야 하기 때문에 한국 호적을 정리할 수 밖에 없는 것.
조범근 영사는 “한국 국적을 상실하더라도 만 65세가 되면 합법적으로 이중국적을 가질 수 있고, 그 이전에도 재외동포비자로 한국 내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며 “재외공관을 통해 각 개인에 맞는 구체적인 문의와 상담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최윤주 기자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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