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올림픽 경기는 신에게 바치는 제의(祭儀)의 일환이었다. 승자에게는 월계관이 주어졌고, 그 영광은 공동체 전체의 자랑이 됐다.
패자도 존중받았다. 정정당당하게 싸웠기에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스포츠의 본질임을 누구보다도 알았기 때문이다.
2025년 6월, 달라스에서 열린 미주한인체육대회는 미국 전역의 한인 선수들이 모여 땀과 열정을 나누는 자리였다.
경기장은 경쟁과 화합이 교차하는 공간이었고, 선수들에게는 쏟아지는 응원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모든 순간이 귀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폐막식 마지막 순간, 뒷맛이 씁쓸해졌다.
3위 시상 과정에서 조직위원회는 집계 오류로 LA 대신 휴스턴을 3위로 호명했다. 휴스턴이 시상대에 올라 트로피를 높이 들었다.
LA 선수단의 항의가 시작된 건 이 때다.
사태 수습에 나선 조직위는 급하게 “공동 3위”라는 임시 방편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후 확인된 집계표는 분명했다. LA는 2,488점으로 3위, 휴스턴은 2,219점으로 4위였다. 점수차이는 무려 200점이 넘었다.
LA 선수단이 남녀 배구 단체전 모두에서 우승하며 508점을 한꺼번에 획득, 5위에서 3위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으나 시상식을 진행하는 조직위원회에 이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실수를 어떻게 수습하느냐다.
조직위는 지금까지도 “공동 3위”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3위는 LA이고, 휴스턴은 공동 3위이면서 4위”라는 앞뒤 안 맞는 말이 나온다. “미주체전은 경쟁이 아니라 페스티벌이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기록’이 생명인 스포츠의 상식을 무너뜨리는 변명까지 회자된다.
기록이 존재하는 모든 스포츠는 공정한 결과 위에 서야 한다.
공동 3위로 마무리짓자는 논리는 본질을 회피하는 편의주의다. 현실을 외면하는 궤변일 뿐이다.
정확한 채점 결과가 있음에도 ‘공동 3위’라는 조직위원회의 모호한 태도는 LA 선수단의 노력에 대한 모욕이며, 동시에 휴스턴 선수단에게 불편한 명예를 지우는 일이다.
심판의 판정조차 VAR로 바로잡는 시대다. 심지어 초등학교 운동회에서도 점수 집계 오류가 나면 바로 잡는다.
오심을 인정하고 점수를 정정하는 것이 스포츠를 존중하는 방식이다.
단지 점수의 문제가 아니다. 공정성과 신뢰, 그리고 상식의 문제다.
“공동 3등이긴 한데, 3등은 아니다”는 말이 “술 마신 후 운전을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궤변과 무엇이 다른가.
수개월간 준비한 대회가 참가자들의 헌신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 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렇다면 마지막 또한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으로 완성돼야 한다.
진정한 승자는, 결과를 바로잡을 용기가 있는 자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 결코 아니다.
최윤주 발행인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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