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가인하도 가능’… 파월 “장기 금리인하 시작은 아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통화 긴축에서 완화로 방향을 튼 셈이지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장기적 인하 사이클이 아니다”라고 못박으며 지속적인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달 31일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연 2.25~2.5%에서 2.0~2.25%로 0.25%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지난 2008년 12월 이후 10년7개월 만이다. 또 당초 오는 9월 말로 예정됐던 보유자산 축소 종료 시점을 2개월 앞당겨 조기 종료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세 가지 이유를 댔다. △리스크 관리 차원의 보험적 성격 △약한 글로벌 성장과 무역긴장 △낮은 인플레이션이다.
당장 미중 무역전쟁이 맞물려 글로벌 경기는 빠르게 식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하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3.2%로 1년 전 전망치 대비 0.7%포인트 낮다.
올 상반기 중 식료품과 에너지 분야를 뺀 미국의 근원물가 상승률은 1.6%에 그쳐 연준 목표치인 2%를 한참 밑돌았다. 경기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상황은 더 복잡하다. 지난 2009년에 시작된 미국의 경기확장은 올 7월까지 121개월째 이어지며 사상 최장 기록을 수립했다.
미국의 지난달 민간고용 증가분은 15만 6,000명으로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었고, 6월 소비지출도 전월 대비 0.3% 늘어 시장의 예상에 부합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가 금리 인하에 반대한 것은 이 때문이다. 지금은 금리를 낮출 때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파월 의장이 10년 7개월 만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도 “장기금리 인하의 시작이 아니다. 보험적 성격”이라며 본격적인 금리 인하 추세가 시작됐다는 시장의 기대에 선을 그은 것은 이처럼 복잡한 상황에 처한 그의 고민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금리 인하를 가리켜 그가 쓴 ‘중간 사이클 조정(midcycle adjustment)’이라는 말에 시장은 적잖이 동요했다. 연준이 경기 중간 잠시 조정에 나섰다는 의미다.
금리 인하 추세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실망감에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33.75포인트(1.23%) 급락한 2만6,864.27에 거래를 마치는 등 미 증시 3대 지수는 줄줄이 하락했고,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는 약 2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경기가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려다 보니 애매한 신호만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금리 인하가 향후 경기침체 때 써야 할 카드만 낭비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장의 우려와는 별도로 미국의 금리 인하로 다른 주요국들은 통화정책에 여력을 갖게 됐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1년4개월 만에 6.5%에서 6%로 0.5%포인트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