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악의 테러… “182명 부상…사상자엔 여성·어린이도 포함”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결혼식장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적어도 63명이 목숨을 잃고 180명 이상이 다쳤다.
현지 매체 등은 올해 아프간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라고 전했다.
1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아프간 내무부는 이날 오후 10시 40분께 카불 서부 ‘두바이 시티’ 웨딩홀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발생, 다수의 사상자가 생겼다고 밝혔다.
나스라트 라히미 내무부 대변인은 “이번 자폭 공격으로 63명 이상이 숨졌고 182명이 다쳤다”며 “사상자 중에는 여성과 어린이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은 통상 이런 결혼식에는 4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석한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이번 결혼식에 1천명 이상이 초청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처참하게 부서진 결혼식장 내부와 희생자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왔다.
희생자의 가족 등은 맨손으로 땅을 판 뒤 시신을 묻는 등 참담한 장면이 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 굴 무함마드는 연주자 무대 인근에서 테러범이 폭탄을 터트렸다면서 “거기에 있던 젊은이들과 어린이들, 모든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부상자 중 한 명인 무함마드 투판도 “하객 중 다수가 희생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신부의 아버지는 현지 톨로뉴스에 가족 1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이번 사건이 올해 들어 카불에서 발생한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결혼식장은 시아파 소수민족인 하자라족 거주지역에 있으며, 이 지역에선 지난 2년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가 거듭 발생했다.
AFP통신은 특히 아프간 결혼식장은 보안 검색이 종종 느슨해지는 탓에 손쉬운 테러 대상이 돼 왔다고 설명했다.
카불에서는 지난해 11월에도 결혼식장에서 열린 이슬람 성직자 회의에서 폭발이 발생, 40여명이 숨졌다.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의 현지 연계 세력은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다.
IS는 성명을 통해 “전사 중 한 명이 스스로 폭탄을 터트렸고, 치안 병력이 도착했을 때 다른 이들이 폭발물이 실린 차량을 터트렸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아프간에 본격 진출한 IS는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최근에도 민간인을 겨냥한 각종 공격을 벌였다.
외신들은 이번 폭발이 미국과 탈레반이 18년간 이어온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협정 체결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탈레반은 최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8차 평화협상을 마쳤으며 조만간 평화협정 초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일 미국이 탈레반과 휴전을 맺는 대가로 현지 병력 1만4천명을 8천~9천명 정도로 감축하는 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프간 국토 절반 이상을 장악한 탈레반은 지난 7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합의했지만, 이후에도 정부군 등을 겨냥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자신들은 이번 폭발과 어떤 연관성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