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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내 이름을 불러줘”…장진호 전투 기념비의 외침

by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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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참전용사들이 ‘장진’을 ‘Chosin’으로 부르는 것은, ‘동해’를 ‘Japan Sea’로 부르는 것보다 더 잔인한 일이다. 동맹국의 아픈 역사를 알면서도 상처의 부산물을 ‘이름’으로 부르는 건 예의가 아니다. 동맹이라면, 친구라면 더더욱 그렇다.

 

곱게 펼쳐진 흙더미 위에 삽이 얹어졌다. 1950년 겨울 혹한의 날씨 속에 중공군 7개 사단 12만여 명의 포위를 돌파하기 위해 미군 1해병사단과 육군 소속 장병 1만 8000여 명이 처절한 싸움을 벌였던 장진호 전투를 기념하는 첫 삽이다.

버지니아주 해병대 박물관에 이어 미 전역에서 두번째로 세워지는 기념비인 만큼 1월 10일(월) 달라스 포트워스 국립묘지에서 열린 착공식에 이목이 집중됐다. NBC5, WFAA, 달라스 모닝뉴스 등 주류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이를 증명하듯 11일(화) 지역 언론들은 착공식 소식을 앞다퉈 보도했다. (아래 기사 참조)

 

 

의아한 건 기사마다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Chosin Few Memorial’로 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추모비에 새겨질 공식이름이 ‘Chosin Few’인 건 아니다. 공식 명칭은 ‘Jangjin(Chosin) Reservoir Battle’이다. 직역하면 ‘장진(초신) 저수지 전투’다.

DFW 장진호 전투 기념비 공식명칭에 ‘장진(Jangjin)이 표기된 데는 달라스 한인사회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기념비 건립 추진 당시 6.25참전 국가유공자회 오병하 회장은 한국 보훈처 담당자와 함께 리처드 캐리 미해병대 예비역 중장 등 건립추진위원회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Chosin Few’로 지칭되는 이름에 이의를 제기, 추모비에 새겨질 문구를 ‘Jangjin (Chosin) Reservoir Battle’로 변경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공식 명칭이 있는데도 주류 언론에서 아무 거리낌없이 ‘장진(Jangjin)’을 ‘초신(Chosin)’으로 표기하는 건, 미국에서 장진호  전투가 ‘초신 퓨(Chosin Few)’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1950년, 생전 처음 밟는 한국 땅에서 목숨 건 전투를 벌이는 이들에게 ‘지도’는 생명줄과 같았다. 당시 미군 손에 들려진 지도는 일본이 제작한 것. 많은 참전용사들이 ‘장진’ 지역을 ‘초신(Chosin)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초신(Chosin)은 ‘장진’의 일본식 표기다.

DFW 장진호 기념비 건립 추진위원회에서 만든 GoFundMe 후원 페이지도 ‘장진’ 대신 ‘Chosin’이라 적고 있고, 구글 지도(Google Map)에서도 DFW 국립묘지 장진호 전투 기념비 위치를 ‘Chosin Few Memorial’로 표기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위키디피아 백과사전도 장진호 전투를 ‘Battle of Chosin Reservoir’로 소개하고 있고, 내셔널 영웅메달 박물관 사이트에도 장진호 전투는 ‘The Battle of Chosin Reservoir’로 적혀있다. 장진호 전투에 참가한 미군들의 모임 이름도 ‘초신 퓨’이고, 이들이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매체 이름도 ‘ChoSin Few’다.

그렇다면 왜 ‘초신 퓨(Chosin Few)’일까. 장진호 전투에서 살아남은 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생존자가 적었다는 의미로 ‘퓨(Few)’를 붙여 ‘초신 퓨(Chosin Few)’라 부른다.

미국인들이 그렇게 부르니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지나칠 일이 결코 아니다.

사물이나 사건의 명칭은 존재를 나타내는 가치이고 정체성이다. 이름은 곧 얼이고 혼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제국주의가 한글 사용을 금하고 사람들의 이름을 바꾸고 산과 강과 마을의 이름까지 일본식으로 바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창씨 개명과 더불어 행해진 ‘창지개명’은 식민통치와 수탈을 목적으로 했다. 국토지리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1910년에서 1915년까지 5년간 한반도 지도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산천의 아름다운 이름을 전부 한자로 바꿨고, 일부지명은 원래 이름과 전혀 관계없는 명칭으로 개조하는 등 우리나라 지명의 역사성과 지역적 근간을 뿌리째 흔들었다. 

일본이 만든 한반도 지도에 ‘장진’이  ‘Chosin’으로 기입된 것도 민족 정기 말살을 위해 자행된 ‘창지개명’의 흔적이다.

이같은 역사를 미국이 모르는 것도 아니다.

2008년  ‘불필요한 전쟁(AN UNNECESSARY WAR)’에서 저자 마셀 윌리엄은 장진호와 관련한 기술에서  “The proper Korean name is Changjin(한국 이름은 장진이다)”라고 적었고, 다이앤 출판사가 출간한 ‘잡초속으로:한국의 근접항공 지원’이란 책에서는 장진 저수지를 가리켜 “This was the Japanese name for the reservoir. American also rendered it as Chosin or Chosen. The proper Korean name is Changjin(저수지는 일본식 이름이다. 미국인은 그것을 Chosin 또는 Chosen이라 부른다. 진짜 한국 이름은 장진이다)”고 기술한다.

장진호 전투는 한미 동맹의 상징같은 존재다. 뜨거운 인간애의 살아있는 역사다. 그런 감동적인 동맹역사의 명칭이 일제의 민족혼 수탈정책으로 지어진 창지개명의 흔적이라니, 이는 결코 묵과할 일이 아니다. 

진짜 이름을 알면서도 미 참전용사들이 ‘장진’을 ‘Chosin’으로 부르는 것은, ‘동해’를 ‘Japan Sea’로 부르는 것보다 더 잔인한 일이다. 동맹국의 아픈 역사를 알면서도 상처의 부산물을 ‘명칭’으로 부르는 건 예의가 아니다. 동맹이라면, 친구라면 더더욱 그렇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앞장서, 달라스 포트워스 한인들이 나서서, ‘초신 퓨’로 불리는 장진호 전투를 ‘장진 퓨’로 바로 잡아야 한다. 

 

 

최윤주 기자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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