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주정부가 타주에서 낙태 시술을 받은 텍사스 여성들의 의료기록을 못보게 하는 연방규정에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텍사스는 임신 6주 이상의 태아 낙태를 금지하는 Heartbeat Bill(심장박동법. 2021년 발효)을 시행중이다. 대부분의 여성이 임신 6주 이내에 임신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모든 낙태를 원천봉쇄하는 셈이다. 근친상간, 성폭행 등 여성이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임신이 이뤄졌어도 예외는 없다.
여성의 낙태 금지와 더불어 텍사스 주법은 개인 누구든, 심지어 성폭행을 자행한 남자도 택시기사, 병원 접수원, 의사 등 낙태시술을 도운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낙태시술이 인정될 경우 종신형까지도 가능하다.
여성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텍사스 낙태법으로 출산을 원하지 않는 여성들이 선택한 길은 ‘원정낙태’.
실제로 낙태가 허용된 콜로라도 주에서 타주민 낙태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게 텍사스 주민인 것으로 드러났다.
콜로라도주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시행된 총 1만 4,691건의 낙태시술 중 29%에 해당하는 4,244건이 타주민이었고, 이 중 텍사스 주민이 가장 많았다.
콜로라도 주에서 낙태시술을 받은 텍사스 주민은 2020년 233명이었으나 Heartbeat Bill(심장박동법) 시행 2년이 지난 2023년에는 2,846명이 콜로라도에서 원정낙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텍사스 낙태 금지법을 피해 타주에서 원정낙태를 선택하는 텍사스 여성들이 늘어나자, 지난 4일(수) 텍사스 주정부가 타주에서 낙태시술을 받은 텍사스 여성의 의료기록을 열람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연방규정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2000년에 발효된 의료 프라이버시 규정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2023년 4월 강화된 관련 규정은 “단순히 생식 건강 관리를 시도하거나 제공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행위”에 대한 형사 또는 민사 조사 목적으로 의료 기록을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소송은 프라이버시 규정이 주 정부가 법 집행 목적으로 의료 기록을 열람할 수 있게 허용하는 연방법을 무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텍사스주 검찰총장 켄 팩스턴(Ken Paxton)은 수요일 성명을 통해 4월 규정을 “텍사스 법을 약화시키려는 비밀 시도”라고 비난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의도는 명백하다. 이는 주 정부가 조사할 수 있다고 법원이 명시한 문제들에 대한 합법적인 주 정부 조사를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부처는 이번 소송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여성의 의료 기록이 그녀에게 불리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생식 건강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텍사스 낙태금지법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여성들은 타주 낙태를 시도하는 텍사스 여성을 추적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텍사스 지부의 선임 변호사인 데이비드 도나티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텍사스는 연방 보건복지부가 연방 프라이버시의 범위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보건복지부가 의료 프라이버시를 정의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정면 공격일 뿐 아니라, 텍사스가 낙태와 생식 건강 접근성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멀리까지 확대하려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텍사스의 이번 소송은 낙태와 의료 프라이버시 규정에 대한 장기적인 법적 논쟁을 촉발할 것으로 예견된다. 도나티 변호사는 합법적인 낙태 시술을 받으려는 시도에 대한 조사는 이동의 자유와 같은 헌법적 문제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낙태금지법을 시행하는 주 정부가 원정낙태 여성들을 추적하는 것에 반대하는 주(State)에선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국 내 24개 주는 낙태 금지법이 시행된 주들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여성과 의사들을 보호하는 법률이나 행정명령을 시행중이다.
텍사스 수사관들이 타주에서 낙태를 받은 여성들의 기록을 요청했는지는 불확실하다.
최윤주 기자 choi@koreatimestx.com
Copyright ⓒ Korea Times Media
[사진 및 기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Spons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