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를 기억하는 나라가 강한 나라입니다.”
한 마디 신념에 담긴 소중한 참전용사의 유산이 텍사스 달라스를 떠나 한국으로 향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달라스협의회 오원성 회장이 6.25전쟁 제75주년을 앞둔 지난 6월 17일(화) 한국전쟁 관련 사료 3점을 주달라스출장소에 기증했다.
오원성 회장은 “국제사회가 함께 전사자에게 예우를 갖췄던 소중한 기록이 더 널리 전해지길 바란다”며 “이 자료가 한국 사회에서 교육적·역사적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기증된 자료는 약 15년 전, 오원성 회장이 운영하는 사업장의 단골이었던 한국전 참전용사 밥 코넬(Bob Connel) 씨가 전해준 것이다.
한국 전쟁의 산 증인인 참전용사가 고이 간직해 온 자료들이 평범한 이웃과의 인연을 통해 다시 빛을 보게 된 셈이다.
밥 코넬 씨가 남긴 첫 번째 사료는 1945년 9월 18일 미국 전쟁부 군사정보국 전쟁부(Military Intelligence Service War Department)
가 발간한 ‘한국 지형 안내서(Terrain Handbook KOREA)’다. 자료에는 당시 한국의 도로, 철도, 발전소 지형, 통신 등이 7개 지도로 나뉘어 있다.
이 지도는 장진호 전투의 영웅으로 지난 5월 5일 DFW 국립묘지에 안장된 고 리차드 캐리(Richard E. Carey) 예비역 중장이 2017년 실제 사용됐던 ‘귀중한 자료’임을 확인하며 남긴 친필 서명이 담겨 있어 역사적 상징성이 크다.
두 번째 사료는 1945년 10월 10일 동화당에서 출간된 ‘현대한미회화’다.
흥미로운 점은 이 교재가 광복 직후 한국인들이 미군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제작한 한국어-영어 회화책이라는 점이다. 단순한 언어 학습서를 넘어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미래에 대한 도전을 모색하려는 한국 사회의 자구 노력이 담긴 자료로 평가된다.
세 번째는 총 147장의 사진이 수록된 CD다. 이 자료에는 1954년 진행된 유해 송환 작전 ‘오퍼레이션 글로리(Operation Glory)’의 실제 장면들이 담겨 있어, 전쟁 이후 국제사회가 실천한 인도적 협력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퍼레이션 글로리’는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유엔군과 북한군이 서로의 전사자 유해를 송환하기 위해 1954년 9월부터 두 달간 실시한 작전이다. 유엔 측은 1만4천여 구의 유해를, 북한 측은 4,023구를 인도했다. 단순한 유해 교환을 넘어, 제네바 협약이 명시한 인권과 생명 존중의 원칙을 실천한 의미 있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주달라스출장소는 해당 사료들을 한국 내 관련 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며, 오 회장의 기증은 지역 한인사회와 한반도 평화의 기억을 잇는 또 하나의 징검다리가 될 전망이다.
최윤주 기자 editor@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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