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자 많은 LA·뉴욕 등, 참여기피-인구누락 인한, 연방기금 축소 우려 씻어
- 트럼프는 강력 반발, “센서스 무기 연기할 수도”
연방 대법원이 내년 센서스 인구조사에서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질문의 추가를 결국 불허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추진해 온 센서스 시민권 질문 논란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번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한인들을 포함한 미국내 이민자들이 이민 신분 관련 조항 때문에 센서스 참여를 꺼려할 우려를 종식했다는 점에서 이민자 커뮤니티에 희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즉각 내년 인구 센서스 시행을 무기한 연기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강력 반발하면서 향후 전개 과정이 주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변호인단에 헌법이 의무화하고 있는 인구조사 실시를 연기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며, 또 대법원이 최종적이고 확고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추가 정보들을 얻을 때까지 그 기간이 얼마가 되든 인구조사 실시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민주당과 이민자·민권 단체들은 센서스 설문에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문항이 추가될 경우 많은 이민자들이 센서스 참여를 기피하게 돼 정확한 인구조사를 실시할 수 없다며 문항 추가에 반대해 왔다.
인구 센서스에 시민권 문항 논란은 지난해 3월 연방 상무부가 2020년 센서스 인구조사에서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질문이 포함된 인구조사 설문을 의회에 공식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시민권 문항 추가 방침이 공식화되자 민주당과 이민민권 단체들은 이민자들의 인구센서스 참여를 봉쇄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 미 전역에서 대대적인 반대 캠페인이 벌어졌다.
특히 LA와 뉴욕 등 미 전역의 권익옹호 단체들의 반발이 거셌다.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질문이 포함될 경우, 이민자 주민들의 센서스 참여 기피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주디 추 의원을 비롯해 프리밀라 자야팔 의원 등 60여명의 연방 의원들과 전국의 161개 도시의 민주당 및 공화당 소속의 시장들도 시민권 문항 추가에 반대하면서 시민권 문항 추가 여부는 인구센서스 개시를 앞두고 뜨거운 정치 이슈로 떠올랐다.
결국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뉴욕, 뉴저지, 커네티컷, 델라웨어, 일리노이, 매사추세츠, 뉴멕시코, 오리건, 펜실베니아, 로드아일랜드, 워싱턴 주 등 미 전역의 18개 주는 연방 정부의 조치가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민자 및 민권 단체들은 월버 로스 연방 상무부 장관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시민권 보유 질문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인구조사 시민권 조항이 강행되면 이민자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조사에 불참하게 돼 실제 인구보다 적게 계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이민자 주민이 많은 LA와 뉴욕 등지에서는 실제 인구보다 낮게 계산될 경우 연방 의석수가 줄어들 수 있고 각종 연방 지원금도 축소되는 등 막대한 피해가 우려됐다.
실제로 시민권 여부 질문이 포함될 경우 이민자들이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었다. 센서스에서 150만명 이상 누락이 우려됐고, 10년간 가구당 10만달러의 연방기금 손실도 예상됐었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연방 지법은 시민권 질문을 포함하기로 한 트럼프 행정부 정책은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이날 연방 대법원의 판결도 1심 판결과 다르지 않았다. 연방 대법원은 시민권 보유 여부 문항이 소수계 주민들의 투표권 보장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정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시민권 문항 추가를 불허한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민자들은 신분 문제로 인한 두려움 없이 내년 인구 센서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김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