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주 기자 = 코리아 타임즈 미디어]
지난 11월 10일(금), 달라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 4인의 동포 간담회에서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가 언급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질의응답은 핵심을 뚫지 못했다. 문제의 본질이 정확히 전달되지 못한 탓에, 단지 “문제가 있다”는 정도로만 의견을 내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소중한 성과가 있었다.
간담회를 참석했던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한국으로 돌아가 나흘 뒤인 14일(화) 국정감사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미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김용민 의원은 “태어날 때부터 한국과 외국 국적을 가진 2세들이 국적 이탈 시기나 절차를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2·3세 동포들이 한국에 들어온 적이 없고 국적법을 잘 알지 못해 국적 이탈 기한을 놓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군 복무 의무, 외국 내 공직 취임 제한 등 실질적 불이익이 뒤따른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동포들에게 제도를 더 잘 알릴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겉으로 보면 빠른 대응이 돋보인다. 달라스에서 논의된 사안이 단 몇 일 만에 국감 현장에서 다뤄졌으니 동포사회 입장에서는 기적에 다름없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현행 선천적 복수국적제도의 문제점을,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국회 법사위 국회의원에게 제대로 전달할 기회였으니 더욱 그렇다.
핵심은 ‘홍보 강화’가 아니라 ‘국적포기 기한’이다.
2020년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선천적 복수국적법에 대해 헌법 불일치 판결을 내리며 국적포기 기한을 연장하도록 했다. 미주 한인들이 국적 이탈의 부당성을 한국 헌법재판소에 제소한 결과였다.
2022년 9월 1일 대한민국 국회는 국적법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기한 내에 국적 이탈을 신고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국적 이탈 신고 기간이 지난 후에도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했다.
겉보기엔 ‘국적포기 기한’을 열어둔 것 같지만, 실상은 아니다.
만 18세 기준을 놓쳐 국적 이탈을 하지 못한 한인 2세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국적이탈허가를 받으려면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5개의 조건을 충족시킨 뒤 ‘국적심의위원회’를 통과한 후 법무부 장관 허가까지 받아야 하는 여러 단계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해외 출생 동포 2세·3세가 직면한 현실적 불이익은 연방 공무원 임용, 공직 진출, 주한미군 발령, 사관학교 입학 등이 대부분이어서 해결의 긴급성을 요구한다.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 소모가 크면, 자격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실효성은 떨어진다. ‘실질적 효력’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해외에서 태어난 동포 2세가 한국 국적을 자동으로 보유하게 된 건, 출생 당시 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자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에 출생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이 대한민국 국적법 앞에 절망하는 건 만 18세 이후 성인이 된 이후다. 대한민국 현행법은 만 18세까지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남성의 경우 38세까지 군 복무 대상자로 묶여 국적 이탈을 할 수 없다.
좌절의 핵심은 ‘국적이탈을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자신이 선천적으로 한국 국적을 가졌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다가 사회 진출의 꿈을 눈 앞에 두고 절망해야만 한다. 태어날 때 부모가 한국 국적자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겪어야 하는 불이익 치고는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는 결국 국적법 개정 사안이다. 단순히 홍보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
해외 동포사회는 오랜 시간동안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포기 기한과 절차의 불합리함을 호소해왔다. 제때 국적이탈을 하라는 홍보가 아닌, 국적포기의 기한을 여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는 해외 동포에게 단순한 행정 편의 문제가 아니다. 한인 2세들의 미 주류사회 진출과 권리, 나아가 글로벌 인재 활용과 국가 경쟁력까지 연결된다.
국회에서의 실질적 입법, 그리고 현실적인 절차 개선이 너무나 절실한 중대한 문제다.
■ 편집자 주 : 선천적 복수국적법이란?
선천적 복수국적법은 이른바 ‘홍준표법’으로 불린다.
2006년 원정출산에 따른 병역기피를 방지할 목적으로 제정된 이 법은 1998년 6월 14일 이후 출생자 중 태어난 당시 부모 중 1명라도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 자녀는 자동으로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다.
선천적 복수 국적자는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31일까지 국적 이탈을 마쳐야 한다. 특히 남성의 경우 이 때를 놓치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만 38세가 되는 해 1월 1일까지 20년간 병역의무 대상자가 되어 국적이탈을 할 수 없다.
2022년 개정법에 의거, 국적포기 기간을 놓쳤더라도 예외적 조항을 입증되면 한국 국적 포기가 가능하지만, 까다로운 절차와 심의기간으로 인해 실질적인 효과는 미비하다.
최윤주 발행인 editor@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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