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원서 찬성 95 – 반대 332
- 민주 절반 이상 반대표 던져, NYT “민주 분열상 드러내”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 하원 탄핵안이 압도적 표차로 부결됐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조차 대거 반대표를 던진 데 따른 결과로 탄핵 실패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한 탓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 하원 과반을 민주당이 차지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표결에 부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방 하원에서 민주당 앨 그린 의원이 제출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지난 17일 표결에 부쳐져 찬성 95표, 반대 332표로 부결됐다. 여당인 공화당(197석)은 물론 민주당(235석)에서도 투표 참석자 중 과반이 넘는 137명이 탄핵 반대에 표를 던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일한 오마르·라시다 틀라입·ㆍ아이아나 프레슬리 의원 등 유색 인종 여성의원 4인을 겨냥해 “원래 나라로 돌아가 완전히 무너지고 범죄로 들끓는 곳을 바로잡으면 어떤가”라고 써 논란을 빚었다.
표적이 된 4인을 포함한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고, 16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종차별행위로 규정한 결의안을 하원에서 찬성 240표, 반대 187표로 통과시킨 바 있다.
민주당 수장인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의장은 “국민이 그들 편에 서지 않는 한 탄핵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라며 “우리는 6개 상임위원회를 통해 권력 남용, 사법방해 그리고 대통령이 관여했을 수 있는 나머지 의혹들과 관련한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실제 탄핵하기에 이번 ‘인종차별적 발언’ 명분은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또 하원을 통과했다 치더라도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부결될 경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결집만 가져올 수 있다는 민주당의 우려도 깔려 있다.
민주당 내 소수 급진파와 다수 중도파 간 분열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는 방법을 둔 민주당의 분열이 어느 정도인지가 이번 부결로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한편 탄핵안이 부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열린 2020년 대선 유세 현장에서 “(탄핵 시도가)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 시간 낭비 말고 이제 일로 복귀할 시간”이라고 조롱하며 민주당 여성의원 4인방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그러나 선거유세 도중 지지자들이 ‘돌려보내라!(Send her back)’는 구호를 외치며 호응한 데 대해 짐짓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선거유세 도중 지지자들이 ‘돌려보내라!’는 구호를 연호한 데 대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