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년 유지’ INF 탈퇴 16일 만에
- 러 “도발에 굴복 않을 것”
미국이 지난 18일 신형 지상발사 중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지 16일 만으로, 중·단거리 전략무기 개발에 다시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국방부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18일 오후 2시30분 캘리포니아주 샌니콜러스섬에서 재래식으로 구성된 지상발사 순항미사일의 첫 시험 발사를 실시했다”라며 “이동식 발사대에서 쏘아 올린 미사일은 500여km를 날아 정확하게 목표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시험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교훈들은 향후 중장거리 전력 개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시험 발사는 32년 만에 처음 실시된 것이다. 미국과 구 소련이 1987년 체결한 INF는 사거리 500~5,500lm의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했다.
발표에 따르면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은 함대지 토마호크의 지대지 미사일 개량형으로, 앞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아시아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던 바로 그 미사일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3월 사거리를 1,000km 대로 조정한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18개월 안에 배치 준비를 완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국 국방당국은 이와 별개로 오는 11월쯤 사거리 3,000~4,000km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이 INF 탈퇴와 동시에 전략무기 개발에 본격 착수했음을 알리면서 미러 간 군비경쟁이 다시 불붙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0일 관영 타스통신에 “미국은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는 쪽으로 분명한 방향을 잡았지만 우리는 도발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의회 고위인사는 “이 미사일이 아시아에 배치될 경우 수용한 나라에도 상응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미사일 시험은 에스퍼 장관이 아시아 지역 중거리 미사일 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직후에 이뤄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INF 탈퇴 다음 날인 지난 3일 “중국의 미사일 위협에 대항해 신형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 동맹국에 배치하고 싶다”고 밝혔고, 배치 지역으로 호주, 일본, 한국 등이 거론됐다. 이에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일제히 비판하며 대응 조치를 시사하자 에스퍼 장관은 “아직 동맹국과 협의한 바 없고 배치까지는 수 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한국 국방부도 “공식 논의하거나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