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212억 달러로 성장 전망
- 식육업계도 속속 진출 선언
식물 재료로 만든 대체육류인 ‘식물성 고기(plant based meat. 식물육)’ 시장이 미국에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지난달 버거킹이 식물육 버거 판매지역을 미국 전역으로 확대한 데 이어 KFC도 식물육 치킨 시험판매에 나섰다.
건강과 환경보호를 내세워 주목받는 식물육은 이제 외식업체와 젊은 고객 확보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돼 가고 있다.
틈새 상품에서 전통 육류를 제치고 식(食)문화 주역의 자리를 넘본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력 식육 및 식품업체들도 잇따라 식물육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식물육 간판기업인 ‘비욘드 미트’와 ‘임파서블푸즈’에 따르면 이들 양사의 식물육 버거 패티를 납품받는 식당은 이미 미국 전역에서 2만곳에 이른다.
비욘드미트의 잭 무스 최고성장책임자(CGO)는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식물육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면서 “공급량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나스닥에 상장한 비욘드미트는 식물육 시장의 선도업체다. 심포지엄이 열린 지난 4일 기준 주식 시가총액은 97억 달러. 올해 매출이 2억4천만 달러로 2년전인 2017년의 7.4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비욘드미트에는 식물육을 공급받으려는 외식 체인업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7월에는 도넛 등을 취급하는 ‘던킨’ 운영사와 제휴했다. 던킨은 뉴욕 시내의 160개 점포에서 식물육 패티를 넣은 샌드위치 판매를 시작했다. 던킨은 미국내 9천400개 점포에서 단계적으로 식물육 제품을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지난달 말 식물육 너겟을 시험적으로 판매한 KFC 점포에서는 1주일분 재고가 5시간만에 동나는 보기 드문 사례도 나왔다.
캘리포니아에 근거를 두고 있는 햄버거 체인 2위 업체 버거킹은 비욘드미트의 경쟁업체인 임파서블 푸즈와 손을 잡았다. 버거킹은 일부 주에서 시험판매를 거쳐 8월부터 미국 전역 7천300개 점포에서 식물육으로 만든 와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식물육 와퍼를 먹던 20대 남성은 “겉모양이나 맛이 진짜 고기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식으면 퍼석하고 콩맛이 나기도 하지만 대체로 만족한다는게 먹어본 사람들의 반응이다.
샌프란시스코 심포지엄에서는 참가자들로부터 “최근 1-2년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정도로까지 개량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미국 육식문화의 상징인 패스트푸드 가게들이 경쟁적으로 식물육을 메뉴에 도입하는 이유는 “멀어졌던 고객과의 관계를 재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게 올초부터 비욘드의 식물육 버거를 판매하는 ‘칼스주니어’ 운영업체 CKE레스토랑 퍼티 트레비노 수석 부사장의 설명이다.
미국인의 6%는 채식주의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30대 이하 젊은층에서는 건강과 환경을 고려해 고기를 먹지 않는 날을 정해 실천하는 ‘준채식주의자'(semi vegetarianism)’도 늘고 있다. 동료들과 회식이나 식사를 할 때 한명이라도 채식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식사장소 후보에서 제외되는 사태를 피하려는 음식점이 늘면서 식물육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외식업체들이 다투어 식물육 확보에 나서자 소, 닭, 돼지 등의 전통육류를 취급하는 유력 식육·식품업체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이슨푸즈는 올 여름 슈퍼에서 식물육 너겟을 발매했다. 쇠고기와 식물육을 혼합한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에놀 화이트 타이슨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식물육 등) 대체 단백질 시장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퍼듀 팜즈(Perdue Farms)’와 ‘스미스필드 푸즈(Smithfield Foods, Inc.)’ 등 다른 식육가공기업도 식물육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식물육 시장이 커지면서 업계에서 알력도 빚어지고 있다. 식육생산·가공업계의 요청으로 식물육을 ‘미트(고기)’라는 호칭으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미국내 30개주에서 제출됐다.
식물육보다 20년 정도 앞서 시장에 등장한 식물성 우유가 미국 유가공업계를 곤경에 빠뜨리는 규모로 성장하는 걸 목격한 교훈에서 같은 곤경에 빠지는 걸 피해보자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시장조사업체인 지온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119억 달러였던 전 세계 식물육시장은 2025년 212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채식 선호도가 높아지는 소비자와 이에 부응하려는 외식산업과 식물육 업계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식물육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시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욘드미트는 10년전인 2009년에 창업했다. 초기단계에서 이 회사에 투자한 오비어스 벤처스의 제임스 잭퀸은 틈새 상품이던 식물육이 식단의 주역으로 떠오른 걸 어떻게 보느냐는 니혼게이자이의 질문에 “비욘드 익스펙테이션(상상 이상)”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