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 얕은 수로 남을 속인다는 말이다. 누구나 다 아는 말이다.
비슷한 사자성어도 아주 많다.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친다는 엄이도종(掩耳盜鐘), 코를 막고 향을 훔친다는 엄비투향(掩鼻偸香) 등이 그것이다.
모두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얕은 수로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는 어리석은 행동을 비유한다.
지난 8월 24일(목) 포트워스 한인회장을 역임했던 정명훈 전 회장이 ‘미연방총한인회’의 총회장에 취임했다.
낯설고 생소한 단체 이름에 의구심이 드는 동시에, 단체 이름을 작명한 이의 할 말을 잃게 한 언어도단이 놀라울 따름이다.
‘미 연방’은 미국 연방정부를 뜻한다. 50개의 주가 연방 헌법 아래 합중국을 이루고 있는 미국은 국가 권력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동등하게 분배된 연방제를 택하고 있다.
때문에 미 전역을 아우르는 연방정부 기관을 지칭할 때 ‘미 연방’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는다. 미 연방 정부, 미 연방 준비제도(Fed), 미 연방 재난관리청(FEMA), 미 연방 항공청(FAA) 등이 대표적인 예다.
정명훈 전 포트워스 한인회장이 ‘총회장’에 취임한 단체 이름은 ‘미 연방 총한인회(FKAA)’다. 영어 약자까지 붙이니 미 정부기관과 매우 흡사해 보인다. 단체이름 작명시 이를 노렸다면 성공한 전략이다.
물론 ‘미 연방 총한인회(FKAA)’가 미국 정부와 상관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사람이나 이메일, 문자 등은 반드시 의심하라”는 경고를 수도 없이 들어온 한인들은 연방기관과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비슷한 것 같은 ‘미 연방 총한인회’라는 거창한 이름에 신뢰보다는 의구심이 먼저 들 수밖에 없다. 이름을 지은 ‘미 연방 총한인회’측이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던 대목이다.
물론 이름 짓는 건 단체를 만드는 사람들의 전적인 재량이다. 거창하게 포장하든, 연방기관처럼 포장하든, 상관할 바가 아니다.
문제는 이름이 아닌 실체다.
지난 24일(토) 달라스 내 한 호텔에서 치러진 행사에서 정명훈 전 포트워스 한인회장은 ‘미 연방 총한인회’ 제 30대 총회장에 취임했다. 심지어 제29대에 이은 ‘연임’이란다.
새로 생긴 단체에서 30대 총회장이라니, 상식적인 얘기가 아니다.
설명은 쉽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가 ‘미 연방 총한인회’의 전신(前身)이라는 주장이다. 즉, 미주한인회총연합회가 이름을 바꿔 ‘미 연방 총한인회’가 됐다는 의미다.
이름이 바뀌었으니 ‘미주한인회총연합회’는 실존하지 않는가. 아니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는 여전히 건재하다.
2011년 이후 10년 세월을 넘게 분열을 거듭하다 2022년 5월 18일 어렵게 하나로 통합됐던 미주한인회총연합회는 같은 해 7월 대한민국 외교부로부터 분규단체 공식 해지를 통보받고, 지금까지 활발한 대내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 연방 총한인회’가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의 바뀐 이름인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는 이면에는 법원 판결이 있다.
합법적인 정통성을 두고 2년간 미주한인회총연합회와 법정 다툼을 벌였던 정명훈 회장측은 2024년 1월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법원으로부터 미주총연 로고와 기타 지적재산을 포함, 더 이상 미주한인회총연합회 명의를 사용할 수 없음을 판결받았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만들어진 게 ‘미 연방 총한인회’다. 이름만 바꾸고 여전히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인양 행세하는 셈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미국 법원이 정명훈 회장 측의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활동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 법원은 서정일 회장 체제의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의 합법성을 인정했다.
패소 후 정명훈 회장 측은 단체 이름을 ‘미 연방 총한인회’로 바꾸었다.
‘미 연방 총한인회’로 옷을 갈아입은 이들은 자신의 몸체가 ‘미주한인회총연합회’라고 주장한다.
분열. 국어사전은 ‘집단이나 단체, 사상 따위가 갈라져 나뉨’으로 정의한다.
사칭. 국어사전의 뜻풀이는 ‘이름이나 직업, 나이, 주소 따위를 거짓으로 속여 이름’이다.
분열과 사칭의 차이는 크다.
분열은 도덕적 책임만이 따르지만, 사칭은 다르다. 남의 것을 제 것으로 속여 직무상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행위에 따라 범죄에 속한다.
법원 판결에 의해 정통성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로써 ‘분열’은 종지부를 찍었다.
지금부터는 ‘사칭’이다. 이름만 바꾼 후 자신들의 실체가 미주한인회총연합회라 우긴다면 거짓으로 속여 남의 것을 자신의 것이라 우기는 행위다. ‘사칭’이 지닌 단어의 정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녕 이름만 바꾸면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여긴 것일까.
눈가리고 아웅도 유분수다. 한인사회를 한없이 우습게 본 어리석음의 극치다.
미주 한인의 한 사람으로, 이름도 거창한 ‘미 연방 총한인회’가 한없이 부끄러운 이유다.
최윤주 발행인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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