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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제도를 정당화 하기 위한 미국의 인종차별은
남북전쟁이 끝나고 노예가 해방된 지 15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왔지만
여전히 현실 속에 건재해왔다.
그 상징이 남부연합기의 존속이었다.
그러나 21세의 어린 백인 우월주의자가 저지른 참극 이후
미국은 150여년의 세월을 뚫고 나온 남부연합기 논란으로 들끓었다.
지난 10일(금) 남부연합기가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의사당에서 영구 철거됐다.
깃발이 게양된 지 54년 만의 일이고,
딜런 루프가 흑인교회에 난입해 9명을 죽인 지 22일만이다.
앨라배마주에서는 주지사의 직권으로 남부연합기를 철거했으며,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의사당에 걸렸던 남부연합기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주를 상징하는 깃발에 남부연합 최초의 깃발 문양이 들어있는 조지아 주와
남부연합기 자체가 삽입돼 있는 미시시피주에서도 논란이 한창이다.
남부 연합을 상징하는 엠블럼이 들어가 있는
앨라배마·아칸소·플로리다·노스캐롤라이나·테네시 주에서도
문양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다.
아마존·월마트·이베이·구글·시어스 등에서는
남부연합 깃발이나 관련품들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기념품 제작업자들도 남부연합 깃발을 생산·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깃발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한가’ 할 수도 있다.
허나, 남부연합기는 단순한 깃발이 아니다.
여기에는 흑백의 인종차별, 인권박탈의 노예제도,
피로 물든 백인 우월주의의 역사가 담겨있다.
남부연합기를 퇴출시킨다는 것은
인종 차별의 이데올로기와
노예제도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모순을 인정하는 일이다.
깃발을 끌어 내린다는 것은
남부지역의 역사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입증하는 상징적인 행위다.
남부 연합기 퇴출을 쉽게 논할 수만은 없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뒤집어 보면 간단하다.
‘인종차별’을 떠올리게 하는 남부연합기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의사당 앞 뜰에 54년동안 당당하게 게양돼 있었다.
조지아 주는 남부연합기가 삽입된 깃발을 121년간 공식 사용해왔다.
그만큼 남부연합기에 담긴 백인우월 정신이 이 지역 내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는 의미다.
텍사스도 예외는 아니다.
올 가을학기부터 우리 아이들은
흑인 노예 역사를 기술한 부분이 대폭 축소된 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
개정된 교과서는 남북전쟁이 발발한 주요원인이
노예제도를 둘러싼 대립에 있기보다,
정국을 주도했던 북부지역으로부터
남부 고유의 제도를 지켜내기 위한 권리 싸움이었다고 가르친다.
이렇듯 남부연합 잔재 청산은 만만치 않다.
남부연합기 존속을 외치는 시위들이 곳곳에서 열리고 있고,
정치계에선 남부연합기 사용을 두고 정치 공방이 한창이다.
그 와중에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선
남부연합기 매출이 54배나 증가했다.
남부연합기 판매중단을 선언하자 ‘사재기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150년이 넘게 흘렀건만,
남부연합의 자부심 속에 교묘히 똬리를 틀고 있는
백인 우월주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는 일은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지는 않는다.
[코리아타임즈미디어] 최윤주 편집국장
choi@koreatimest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