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파’와 ‘정통파’로 갈라져 싸우던 미주한인회총연합회 법적 분쟁이 마무리 된 건 2024년 1월 31일(목)이다.
승리는 서정일 회장 체제의 ‘통합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포트워스 한인회장 출신 정명훈 회장은 법원으로부터 명의 사용 및 총연활동 금지, 계좌 이체 등을 명령받았다. ‘정통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의 완패였다.
이로써 미주총연의 법정싸움은 -정명훈 회장측에서 항소를 하지 않는 한-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갈등양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정명훈 전 포트워스 한인회장, 법정다툼 패소하자 이름 바꿔 ‘총회장 또 취임’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법원으로부터 미주총연 회장직 수행은 물론 미주 총연과 관련한 일체의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판결을 받은 정명훈 전 포트워스 한인회장이 지난 8월 24일(토) ‘미연방총한인회(Federation of Korean American Associations)’ 총회장에 취임했다.
미연방총한인회는 미주 한인이민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이름의 단체다. 액면 그대로 본다면, 문자 그대로 신생단체다.
그러나 24일(토) 치러진 총회는 신생단체의 출범식이 아니었다. 이 날의 공식행사명은 ‘미연방총한인회 제29대 화합 임시총회 및 취임식’이다.
정명훈 전 포트워스 한인회장.이를 뒷받침하듯 정명훈 전 포트워스 한인회장은 제1회 총회장이 아닌, 제30대 ‘미연방총한인회’ 총회장에 취임했다. 재임이기 때문에 29대 임원진을 그대로 계승한다는 공개 발언까지 나왔다. 법원 판결로 ‘미주한인회총연합회’라는 이름을 쓸 수 없으니, 단체명만 바꾸고 여전히 자신들이 ‘정통(?) 미주총연’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인쇄된 팜플렛의 취임 인사말에서 정명훈 전 포트워스 한인회장은 ’30대 공약’이라는 단어를 당당하게 사용했고, 심지어 패소로 끝난 법정소송을 가리켜 “총회장이나 회원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특정 변호사가 미주총연 총회장을 만들어내는 잘못”이라며 법원 판결을 ‘잘못’으로 정의했다.
‘미연방총한인회’ 공식 홈페이지는 이름만 바꾼 ‘미연방총한인회’와 전통의 ‘미주한인회총연합회’가 같은 조직이라는 주장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홈페이지에는 역대 총회장에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역대 회장들의 사진이 게재돼 있고, 회칙 또한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칙(2012년 개정회칙)이 버젓이 실려있다. (참고로 미주한인회총연합회는 2022년 5월 개정회칙을 사용중이다.)
정명훈 씨의 사진이 게재된 ‘총회장 인사말’에는 “제29대 미주한인회 총연합회장 정명훈 배상”이라는 문구가 선명히 박혀있다.
한국정부 인정한 총연은 ‘미주한인회총연합회’ … 미연방총한인회, 분열단체로 인정조차 못받아
같은 이름을 두고 정통성을 가지기 위해 법정 다툼까지 벌였던 미주한인회총연합회 분열 양상은 ‘같은 단체이지만 다른 이름’이라는 괴이한 갈등 양상 속에 빠지게 됐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볼 때 정명훈 전 포트워스 한인회장의 ‘미연방총한인회’는 분열단체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사칭단체’로밖에 볼 수 없다.
지난 2년간 미주총연이 ‘통합파’와 ‘정통파’로 나뉘어 법정 소송까지 벌였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2022년 대통합을 이룬 미주한인회총연합회만을 미주한인사회 대표단체로 인정하고 있다.
법정 싸움 기간에 한국정부로부터 ‘분열단체’로도 인정받지 못했던 정명훈 회장의 ‘정통파 미주총연’이 ‘미연방총한인회’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정통성이 인정될 리 만무하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하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는 서정일 회장 체제의 미주총연 뿐이다.
2015년 이후 분열상태에 빠졌던 미주총연은 2022년 2월 덴버 통합총회에서 극적인 통합을 이뤘고, 같은 해 5월 라스베이거스 통합 총회를 거쳐 하나의 단체로 거듭났다.
외교부는 라스베이거스 통합 총회 개최 2개월 뒤인 2022년 7월, 미주총연을 분규단체 지정에서 공식 해지한 바 있다.
올해 10월 1일부터 4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2024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석하는 것도 서정일 회장 체제의 미주한인회총연합회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측에서는 2024 세계한인회장대회에 26명이 참석할 예정이지만, ‘미연방총한인회’는 2024 세계한인회장대회 초청단체에 포함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미주한인회총연합회는 미주총연을 사칭한 ‘미연방총한인회’에 법적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통성과 법적 효력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은 미주한인회총연합회(회장 서정일)가 엄연히 존재하는 이상, 새롭게 만들어진 ‘미연방총한인회’의 일련의 행위는 미주총연을 사칭한 명의도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미주총연 관계자는 정명훈 전 포트워스 한인회장의 ‘미연방총한인회’ 총회장 취임과 관련해 “부끄러운 일”이라며 참담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관계자는 “2023년 4월과 2024년 1월, 두 번에 걸쳐 법원의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뉘우침없이 미주총연의 분열을 야기하는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밝히며 “소송 준비중”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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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한인회총연합회, 분열 언제부터? 왜?
2011년 이후 10년 세월을 넘게 분열을 거듭하다 2022년 5월 18일 어렵게 하나로 통합됐던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이하 미주총연)가 또다시 둘로 갈라진 건 통합 3개월만인 2022년 8월 20일의 일이다.
포트워스 한인회장 출신이자 중남부한인회연합회 회장을 역임했던 정명훈 회장이 2022년 8월 20일 ‘제29대 미주총연 총회장’ 당선증을 발부받았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정명훈 전 중남부연합회장은 당시 재외동포재단 김성곤 이사장까지 참석해 축하했던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의 ‘통합’을 불법적인 야합으로 폄하하며 자신이 합법적 절차에 따라 회장직에 오른 ‘정통 미주총연’의 회장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정명훈 전 중남부연합회장은 2022년 9월 24일 달라스 르네상스 호텔에서 취임식을 개최, 2024년 1월까지 ‘미주총연 회장’ 직함으로 대내외 활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2024년 1월 31일 법원 판결로 정명훈 회장은 더 이상 ‘미주한인회 총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할 수 없게 됐다.
1월 31일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법원은 판결문에서 “(정명훈이) 보유하고 있는 미주총연 자금 및 은행 스테이먼트, 미주 총연 로고 및 기타 지적 재산으로 등록된 소유권을 10일 이내에 (서정일 회장 체제의 미주총연에) 인계할 것”을 명령했다.
또한 법원은 “최소 21일 이내에 소송과 관련해 진행된 변호사 비용 및 모든 경비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문, 서정일 회장 체제 미주총연에 변호사비까지 물어줘야 하는 완패를 당했다.
이 소송은 2023년 2월 16일 국승구·김병직 회장 체제의 통합 미주총연 측에서 제기한 것으로 원고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The Federation of Korean Associations, U.S.A)이고 피고는 정명훈(Myoung Hoon Chong)이다.
통합 미주총연은 2023년 11월 선거를 통해 서정일 제30대 회장을 선출했으며, 정명훈과의 법정다툼은 서정일 현 회장 임기로 이어져 소송이 진행됐다.
최윤주 기자 choi@koreatimest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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