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주 기자 = 코리아타임즈 미디어] 텍사스 A&M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한인 영주권자가 입국 직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구체적 사유 없이 1주일 넘게 억류됐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이민법 전문 변호사 에릭 리(Eric Lee)에 따르면 억류된 인물은 텍사스 A&M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김 모씨다. 현재 텍사스 A&M에서 농민들이 자주 감염되는 라임병 백신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지난 7월 21일(월) 한국에서 동생 결혼식을 마치고 귀국하던 중 샌프란시스코 공항 제2심사대에서 갔다가 곧바로 CBP(세관국경보호국)에 의해 구금됐다.
김 씨는 5세 때 미국에 이민해 현재까지 35년 가까이 미국에 거주해왔다. 합법적인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과거 범죄기록은 없다.
다만 2011년 텍사스에서 소량의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역사회봉사 명령을 이수한 뒤 사건 비공개 처리를 법원에서 허가받은 바 있다.
CBP는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성명에서 “영주권자가 마약 범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추방 대상이 되며, 이 경우 ICE(이민세관집행국) 구금시설로 이송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김 씨는 이미 ‘출석통지서’(Notice to Appear)를 받은 상태에서 ICE 구금 중이며, 현재 추방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김 씨에게 면제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이를 사전에 검토하거나 청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억류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에릭 리 변호인은 “해당 전과는 경미하며, 이민법상 ‘면제 절차(waiver)’ 대상에 명백히 해당된다”며 “정부는 이를 근거로 구금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릭 리 변호사는 CBP 감독관과의 통화에서 헌법 제5조(적법절차)와 제6조(변호인 조력권)가 김 씨에게 적용되는지를 물었고, “적용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35년간 미국에 거주한 영주권자에게조차 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보다 짧게 산 이들은 어떻게 되는가”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안보부와 CBP는 김 씨의 억류 기간이 관행상 기준인 72시간을 넘은 이유, 헌법상 권리 미적용 여부 등에 대한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김 씨는 현재 가족이나 변호인과 자유롭게 연락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과의 유일한 직접 연락은 억류 6일째인 25일(금), 어머니에게 걸 수 있었던 1통의 전화뿐이었다. 이후 연락은 대부분 김 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보이는 간접 문자였다.
김 씨의 어머니 샤론 리(Sharon Lee·65) 씨는 인터뷰에서 “아들이 어려서부터 천식을 앓아 약을 항상 지니고 다닌다”며 건강 상태를 우려했다. 그녀는 “미국이 기회의 나라이고 헌법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는 나라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취약한 이민자일수록 이민법을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 씨 가족은 현재 한인 권익단체인 전국한인교육봉사단체협의회(NAKASEC) 이민자 핫라인을 통해 법적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리 변호사는 “김 씨는 미국 농민들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백신을 개발 중인 연구자”라며 “이런 인물을 억류하는 것은 정부의 이민정책이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강도 높은 이민단속을 공언한 가운데 발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폭력 범죄자 단속”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전과가 없거나 영주권 등 합법 신분을 가진 이민자들도 단속 대상에 포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사건을 보도하며 워싱턴포스트는 과거 반이스라엘 성향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된 중동 출신 학자, 개구리 배아 밀반입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출신 하버드대 연구자 사례를 상기했다.
(원문 기사 출처 : The Washington Post)
최윤주 기자 editor@koreatimestx.com
Copyright ⓒ Korea Times Media
[사진 및 기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sponsored>>